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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전창협] 삶과 죽음에 대한 두 가지 시선
세밑 마음이 땅콩만하다.땅콩 얘길 하도 들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한해를 조용히 마무리’ 운운은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다. 구중심처(九重沈處)엔 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결국 한 사람의 죽음을 몰고왔다. 대통령은 ‘지라시’라고 규정했지만, 지지율은 집권후 최저로 떨어졌다. 진실이 밝혀진다해도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기에,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의 진실은 이미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땅콩 봉지를 까고 안까고가 이렇게 큰 파장을 몰고 올진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조롱이나 코미디 소재로 ‘땅콩 리턴’을 바라보던 해외의 시선은 어느덧 한국의 재벌체재에 대한 묵직한 돌직구로 바뀌고 있다. 사측의 대응은 번번히 실패하거나 실기하고 있고, 그만큼 이 사안을 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땅콩에서 풍선 만큼 커지고 있다.

게다가 강추위까지 마음을 움추리게 만든다. 이달 서울의 평균기온은 영하 3.2도. 평년에는 영상 2도니 5.2도나 낮았다. 예년같으면 영상의 따뜻한 날씨로 겨울을 시작했지만,올해는 겨울의 출발점이 곧바로 엄동설한(嚴冬雪寒)이다.

요즘 본 2편의 영화가 묵직한 주제에도 따뜻한 느낌이 들었던 것도 위축된 마음 탓일 것이다.

영화 ‘목숨’. 이 병원에 들어오는 사람에게 남아있는 시간은 평균 21일이다. 호스피스 병동의 일상사를 1년간 찍은 다큐멘터리 영화지만 카메라의 앵글은 따뜻하다. 짜장면에 막걸리 1잔을 걸친 뒤 문든 삶의 마지막이 다가오기도 한다. 떠나보내는 자보다 떠나는 자의 걱정이 더 큰 것은 왜 일까? 누군가에는 그토록 살고 싶었던 내일인 오늘을 별 의미없는 사는 우리에게 삶의 소중함을 깨우쳐 주기도 한다. 삶처럼 죽음도 일상이다.올해 그 많은 문상을 다녀오고도 아직 이를 깨우치지 못했는 지, 자신에게 되묻고 싶었다. 삶의 가장자리인 죽음에서 다시 삶은 돌아보는게 삶의 윤기를 더하는 일일 것이다.

목숨이 죽음을 얘기했다면 ‘보이후드’는 삶을 말한다. 이 영화는 제목처럼 한 소년의 성장기다. 6살 소년이 18살이 되는 12년동안 소년의 성장을 그린 이영화는 실제로 12년동안 촬영이 진행됐다. 적잖은 이들이 12년간 촬영과 배우들의 성장에 찬사를 보내고 있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일상’이다. 몇 번의 이혼과 결혼으로 새 가정이 만들어지고 전남편과 교류가 자연스러운 것을 빼곤 우리의 일상과 다를 것 없다. 많은 장면들은 우리가 지나왔던 일상의 헐리우드 버전이다. 카메라 시야와 앵글 역시, 부산하지 않고 담담하게 일상을 쫒아간다. ‘지지고 볶다’ 보니, 삶이 여기까지 왔다는 것처럼 솔직한 인생의 정의가 어디 있을까? 삶의 의미를 설파하는 듯한 마지막 장면과 대사는 사족이자, 이 영화의 가장 큰 결점으로 보이는 것도 이때문이다.

한 해에도 생로병사(生老病死)가 있다면 며칠 뒤 2014년의 삶도 마감된다. ‘벌써 한 해가...’란 얘기를 주위에서 자주 듣지만, 세월은 그렇게 가는 것이다. 가면 오고, 오면 가는 한 해처럼, 생(生)과 멸(滅)도 자연스러운 일인 것이다. 2014년 마지막 달력앞에 총총히 2015년 달력이 도착했다. 쉽지 않겠지만 보낼 건 보내자. 

jlj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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