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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 보다 비싼 뿔’ 노린 코뿔소 밀렵 사상 최대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부(富)를 과시하기 위해, 혹은 건강에 좋다는 낭설에 홀려 뿔을 찾는 사람들의 비뚤어진 욕망 때문에 수많은 코뿔소가 희생되고 있다.

현재 코뿔소 뿔은 주로 베트남, 중국 등지서 약재나 장식품으로 금보다 비싼 ㎏당 6만5000달러(약 7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 최대 코뿔소 서식지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올들어 사상 최대인 1020 마리의 코뿔소가 밀렵을 당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남아공 환경부는 2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올해 들어 지금까지 모두 1020 마리의 코뿔소가 뿔 때문에 죽었다”고 밝혔다.

남아공 당국은 군인과 무인항공기, 헬리콥터 등을 동원해 밀렵꾼과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크루거 공원과 국경을 접한 모잠비크 쪽을 통해 밀렵꾼이 잠입하는 바람에 단속에 애를 먹고 있다.

크루거 국립공원에 남아있는 흰코뿔소는 8400 마리 미만일 것으로 추정되며, 코뿔소 밀렵추세가 이처럼 가파르게 증가할 경우 10년 내 멸종할 것으로 우려된다.
[게티이미지]


실제로 전 세계 코뿔소의 70~80%가 사는 남아공에선 지금도 하루에 약 3마리가 단지 뿔 하나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

1990년부터 2007년까지만 해도 연평균 14마리가 죽는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엔 1004마리의 코뿔소가 밀렵꾼에 의해 희생됐다.

남아공 정부는 앞으로 단속이 강화되지 않으면 현재 2만마리 수준인 코뿔소 개체수가 2016년 감소로 돌아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코뿔소는 멸종 위험이 아주 높은 상황에 놓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처럼 코뿔소 밀렵이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은 뿔을 찾는 아시아 ‘큰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높은 인기에 이제 주문 후 이틀이면 남아공에서 아시아까지 배송이 이뤄지는 수준이다.

아시아 신흥부자들 사이에선 코뿔소의 뿔과 코끼리 상아는 자신의 부와 계급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통한다.

특히 아시아 최대 밀수국인 베트남에선 코뿔소 뿔이 열을 내리거나 해독제 기능을 하는 ‘기적의 약’처럼 알려지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뿔을 간 가루를 음료에 타먹는 것도 유행이 됐다.

이에 따라 암시장에서 코뿔소는 금이나 코카인보다 귀한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코뿔소 뿔은 주로 베트남, 중국 등지서 약재나 장식품으로 금보다 비싼 ㎏당 6만5000달러(약 7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처럼 코뿔소 뿔 하나만 팔아도 일가족이 몇 개월은 먹고 살 수 있는 큰 돈이 나오자, 밀렵이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밀렵꾼들은 야생에서뿐만 아니라 민간인 습격도 서슴지 않는다. 남아공 코뿔소 소유주협회(PROA)의 펠럼 존스 회장은 “뿔을 갖고 있다고 자랑했다가는 가족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에 밀렵꾼으로부터 코뿔소를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도 전개되고 있다.

코뿔소 1만2000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남아공의 크루거 국립공원이 대표적이다.

경상남북도를 합한 면적에 전 세계 코뿔소의 약 80%가 서식하는 크루거 국립공원 안에서 672마리의 코뿔소가 죽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다음으로는 림포포에서 110마리, 콰줄루나탈 84마리, 음푸말랑가 70마리, 노스웨스트 58마리 등 주로 남아공 북동부지역에서 피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에드나 몰레와 남아공 환경장관은 “당국의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행하게도 밀렵의 위협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며 곤혹스러워했다.

남아공 당국은 공원 경비원뿐만 아니라 군인과 무인항공기, 헬리콥터 등을 동원해 밀렵꾼과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크루거 공원과 국경을 접한 모잠비크 쪽을 통해 밀렵꾼이 잠입하는 바람에 단속에 애를 먹고 있다.

급기야 당국은 지난달 중순부터 크루거 국립공원에 밀집해 있는 코뿔소들을 보호하기 위한 분산 이주정책을 시작했다.

지난 8월 몰레와 장관은 밀렵을 억제하기 위한 행동계획을 발표하면서 “코뿔소를 크루거 국립공원에서 이주시켜 새로운 코뿔소 거점들을 만듦으로써 전체 코뿔소 수를 지속적으로 증가시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코뿔소 거래 시장을 양성화하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존스는 “불법성이야말로 뿔의 매력을 높이는 것”이라며 “뿔을 합법적으로 살 수 있다면 불법 구매와 가격까지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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