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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함영훈> 이유없이 교류 못한 나라와 우정 복원하기
“허, 이 친구 왜 연락 안해?”

서로 연락 끊긴 친구가 우연히 만나 이런 얘기를 하면 참 황당하다. 속으로는 ‘자기도 연락 안했으면서…’라는 반감이 들면서도 대꾸하면 누가 언제 마지막 연락을 했는지, 전화 한 통 없었던 이유가 뭔지 대질신문하는 어린애 짓을 할 것 같아서, “어, 그래 잘 지냈어?”라는 말로 그 상황을 매조지하기 일쑤이다.

과거 친한 사이인데 서로 연락이 없었으니, 두 친구는 “오랜만이야, 그간 연락 못해 미안”이라고 얘기했어야 옳다. 이어 누구든 적절한 실천을 하면 우정의 복원은 어렵지 않다.

하루가 멀다 하고 꾸준히 서로 연락을 하던 친구와의 소통이 갑자기 끊기면 온갖 생각이 다 든다. ‘내가 뭘 잘못했나’, ‘내 말투가 섭섭했을 거야’라면서 나를 살핀 뒤 반성이 묻어나는 SMS 문자라도 넣어보게 된다. 거래, 계약 등 목적의식이 분명한 관계에서 한쪽이 이렇게 나오면 판을 깨거나, 아니면 다른 한쪽이 철저하게 양보해야 한다.

시야를 나라 간 관계로 확대시켜보면, 몇 가지 짚히는 것은 있어도 특별한 이유가 없음에도 별로 교류하지 않는 나라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니네 왜 우리 물건 수입 안해?”라고 하면 “자다가 봉창 두들긴다”고 답할 것이 뻔하다. 여러 나라와 친해칠수록 국익에 도움이 되니, 별 이유 없이 교류가 뜸한 나라와의 관계를 복원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지난 2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폐막된 제10회 국제 이슬라믹 엑스포에서는, 따지고 보면 이상할 것이 없는 ‘이례적 풍경’이 벌어졌다.

이른바 ‘서방’이라 불리는 나라와 ‘친(親) 서방’ 성향 국가의 민간 사절단이 무슬림들을 향해 낮은 자세로 우정을 갈구하는 모습이었다. 원래 이 행사는 이슬람 성지순례 여행객와 여행사를 맺어주는 것이었지만 해가 바뀔수록 자기 나라를 방문달라고 구애하는 세계 각국의 무슬림 겨냥 관광투자설명회로 확대됐다. 우리나라도 열심히 무슬림 상대 호객마케팅을 벌였고 지난 6월 2억명의 무슬림 인구를 가진 인도네시아에 비자면제 조치를 단행한 일본도 예외는 아니었다. 싱가포르, 중국, 홍콩, 터키, 호주, 뉴질랜드와 한때 인도네시아와 싸웠던 영국, 네덜란드 등도 무슬림의 전통에 맞는 관광인프라를 내세우며 구애에 동참했다.

무슬림과 적대적인 몇몇 국가를 제외하곤, 우리가 왜 그들을 찾지 않았고, 그들이 왜 우리를 찾지 않았는지를 따질 상황은 아닌 듯 하다. 국제정치 문제가 여전히 걸린다면, 서방이 친근감을 갖고 있는 2억명의 인도네시아 무슬림과 친해지기 위한 노력이라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그들이 여행중에도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기도 매트가 깔린 간이 기도방 설치, 할랄(halal) 음식 매뉴 보충, 기도를 위해 손과 발을 씻을 수 있는 세족 장소 마련, 호텔과 식당에 메카의 방향을 알려주는 끼블랏(kiblat) 표시 등이다.

각기 민족의 문화가 우월성이나 서열이 있을 수 없고 모두 상대적 중요성이 있다고 보는 ‘문화적 상대주의’를 인정하는 대한민국 답게 말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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