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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깡통주택도 괜찮아요”…이상한 전세시장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전세난이 시원하게 해소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선 전에 없던 모습도 목격된다. 가을 이사철이 지났지만 여전히 전셋집을 찾는 대기수요가 줄지 않고 있고, 전세 수요가 쏠리는 지역은 소형 면적의 전셋값이 중대형을 앞지르는 사례도 나온다.

▶전세 사려면 줄 서야=22일 오후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발송하고 있었다. 수신자는 25명쯤 되는 전세 대기자들. 인근 아파트에서 전용 84㎡ 전셋집이 매물로 올라왔다는 메시지를 보내자, 이내 답장이 왔다. 조금 뒤에 직접 집을 보러갈 수 있냐는 내용이었다.

이 지역 미래공인 대표는 “기존 세입자들이 9~10월에 별로 움직이질 않고 재계약으로 쏠리면서 전세 매물 찾기가 힘들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쪽 전세를 찾는 손님들이 워낙 많아서 매물만 나오면 대개 2~3일 안에 계약이 되고, 작은 면적은 다음날 바로 계약된다”고 말했다.

강북구 미아동 월드공인 관계자는 “수요자들이 하나같이 전세만 바라보는 상황”이라며 “전세가 월세로 바뀌면서 매물은 부족하고, 전세 보증금은 4000만~5000만원씩 올랐지만 수요자들은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전세만 고집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세를 찾는 사람은 많은데, 물건이 부족한 상태가 지속되면서 일부에선 인기 많은 소형 아파트 전세가가 중소형을 넘어서거나 ‘깡통전세’ 위험이 있는 전셋집이 계약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 현상은 수도권에서 두드러진다.

▶중대형보다 비싼 소형 전세=전세 수요가 대개 전용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에 몰리면서 전셋값도 덩달아 뛴다. 그러면서 중소형 전셋값이 대형 면적에 필적하거나 경기도 일부 지역에선 소형이 중형 가격을 앞지르는 경우도 나온다.

지난달 서울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84㎡이 각각 4억과 3억9000만원에 2건 거래됐으나, 117㎡은 이보다 저렴한 3억8000만원에 계약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곳 대성공인 대표는 “117㎡이 저층에다가 수리가 안된 집이긴 하지만 작은 평수보다 1000만~2000만원 더 낮게 계약된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화성시 능동에 있는 자연앤데시앙 59㎡ 전세는 지난달 2억2000만~2억3000만원 사이에서 거래됐으나 이 단지 74ㆍ84㎡ 일부 가구는 1000만~2000만원 더 싸게 거래되기도 했다.

▶‘깡통전세’ 위험부담까지 부담=전셋값과 매매가 차이가 적을 경우 세입자로서는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리스크가 생긴다. 더구나 집주인이 대출을 끌여와 무리하게 구입한 집이라면 이 위험은 더 커진다. 하지만 이런 아파트들도 계약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 일대, 특히 화성에서 이런 사례가 목격된다. 화성의 지난달 평균 전세가율은 76.8%로 수도권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역별로 이미 전세가율이 90%를 넘은 곳도 많다.

화성 병점동 느치미마을주공뜨란채3단지 84㎡ 전세는 2억1000만~2억2000만원 선에서 거래된다. 매매가는 2억3000만~2억4000만원 수준으로 전세가율이 90%가 넘는다.

인근 능동의 푸른마을모아미래도 59㎡도 전세가 2억3000만원에 나가는데 매매는 2억4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어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거의 없다. 이곳 공인중개사들은 “이런 조건에서도 전세 계약은 이뤄진다”고 말한다.

▶이젠 매매를 고려해볼 때=전문가들은 최근 전세시장에서 나타나는 이런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방법으로 아예 집을 사는 방향을 제시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최근 여력이 있는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향후 집값이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집을 살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중”이라며 “중장기적 주택 수급을 따져볼 때,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되기에 이참에 매수에 나서는 것도 유효한 선택이라고 본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박 팀장은 “이미 전세금 상승에 지친 사람들이 제법 매수로 전환하고 있다”며 “지난달 주택 거래량이 10만건을 넘어서며 7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은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매수에 나선 결과”라고 말했다.

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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