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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해창 기자의 세상읽기> 리디아 고! go! go! go!
오늘 스포츠 뉴스는 온통 10대 여자 프로골퍼 ‘리디아 고’의 판입니다. 일거에 150만 달러(한국 돈 16억6950만 원)를 거머쥔 때문입니다.

리디아 고는 2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에 있는 티뷰론GC에서 열린 LPGA 투어 CME 투어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쳐 최종합계 10언더파로 우승했습니다. 그런데 우승상금 50만 달러도 놀랍지만, 그 보다는 올해 첫 선을 보인 CME 보너스 100만 달러를 획득한 것이 더 큰 쾌거입니다. 

24일 일거에 상금 150만 달러를 거머쥔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

이른 새벽부터 생중계를 본 기자는 출근차림을 다 챙기고도 리디아고와 훌리아타 그라나다, 카를로타 시간다의 연장전으로 반시간 이상 TV앞에서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줄곧 서너 타 앞서던 리디아 고가 후반부터 퍼팅 난조로 연장을 허용하고 만 겁니다.

연장전은 한편의 드라마였습니다. 적어도 리디아 고 입장에선 그렇습니다. 두 번째 연장전에서 그라나다가 보기로 탈락했고 장타자 시간다는 세 번째 연장에서 짧은 거리를 넣지 못하더니 네 번째 연장전에서 두 번째 샷이 해저드 존 풀 섶에 갇히는 바람에 무너졌습니다.

결국 연장전은 멘털(정신력)의 싸움이었습니다. 리디아 고는 어린 나이에도 노련미는 프로 10단을 능가했습니다. 물론 100만 달러를 따놓은 뒤의 여유일 수 있지만 따져 보면 리디아의 천부적인 낙천성과 천재적인 기술이 엮어낸 결실이라는 판단입니다. 이미 LPGA에 아마시절 두 번, 프로데뷔 첫해인 올해 두 번의 우승을 한 경험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골프여제로 롱런하다 은퇴한 에니카 소렌스탐

세계 랭킹 3위로 이번 대회를 맞은 리디아는 이로써 올 시즌 세계랭킹 1 박인비, 2위 스테이시 루이스와 똑같이 시즌 3승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상금은 이들의 배에 가깝습니다. 일 년 동안 톱랭커들이 벌어들이는 상금에 버금가는 액수를 단 한 번에 획득했으니까요.

리디아 고는 뉴질랜드 국적의 교포 2세입니다. 포털 네이버 지식백과를 인용해 봅니다. 1997년 4월 24일 한국에서 태어나 6살 때 부모님을 따라 뉴질랜드로 이민을 갔습니다. 11살 때 뉴질랜드 아마추어 메이저대회를 평정해 ‘천재 골프소녀’로 불렸고, 2012년을 전후로 세계 아마추어 여자 랭킹 1위 최장 기록을 세웁니다. 그해 1월 호주여자골프 투어 뉴사우스웨일스 오픈에서 14세 9개월 5일의 나이로 우승, 세계 남녀 프로골프대회를 통틀어 사상 최연소 우승 기록을 기록했으며, 8월에는 US여자아마추어선수권에서도 우승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2012년 8월, 캐나다 밴쿠버골프장(파72, 6681야드)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CN캐나다 여자오픈에서 최종 13언더파 275타로 우승, 렉시 톰슨(미국, 16세 7개월)이 갖고 있던 종전 최연소 우승 기록을 15세 4개월로 15개월 이상 앞당기기도 했습니다. 아마추어의 LPGA투어 우승은 통산 다섯 번째로 1969년 조앤 카너(버딘스 인비테이셔널 우승) 이후 43년 만이라고 합니다.

리디아의 쾌거를 흔히 ‘잿팟’으로 부릅니다. 충분히 그럴 만합니다. 그러나 잭팟이 뭔가요. 통상 큰 액수의 돈을 지칭하는데 슬롯머신, 롯데리어, 빙고 등에서 게임자가 대단히 승산이 적은 게임에서 이겨 따낸 거금을 의미합니다. 

한국 여자골프를 평정한 신예 김효주

그렇다면 기자는 잭팟은 리디아에게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라고 생각합니다. 행운이나 요행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순도 100%에 가까운 노력의 결실입니다. 리디아 고는 연습벌레이기도 하지만 골프에 관한한 천부적인 기질도 가졌다고 합니다. 우선 톱랭커, 박인비나 루이스 등 세계적인 선수들과 동반 플레이를 할 때 그의 동선을 유심히 보십시오. 그들의 샷이나 퍼팅 등 일거수일투족을 주의 깊게 봅니다. 배울 점을 마음속으로 체크하는 겁니다. 그리고 취사선택을 해 자기 반성과 보충의 소재로 긴요하게 활용합니다. 이 것이다 싶으면 날 밤을 새서라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승부사적 기질이 놀랍습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상대 선배들의 경기흐름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예의를 지켜가며 대화를 나누려 애쓴다는 점입니다. 참고로, 타이거 우즈가 황제에 등극하자 다섯 살 아래인 신동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가 졸졸 따라다니며 지나치게 말 걸다 둘 사이가 비틀어지고 앙숙사이로 까지 변한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라이벌 의식보다는 선배들이 그의 성장을 흥미롭게 또 주의 깊게 지켜보는 상황에 이번 일이 벌어진 겁니다. 세계적인 골프여제 애니카 소렌스탐이 리디아의 기술과 멘털 모두를 극찬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번 네 번의 연장전에서 보여준 차분함은 인내심과 직결됩니다. 서두르지 않고 기회를 엿보는 지혜는 또 배짱을 근거로 합니다. 결국 리디아 고는 다박자 천재소녀입니다. 세계적인 언론 타임이 올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100인’에 리디아 고를 포함시킨 이유가 확실해 졌습니다. 

김효주의 강력한 라이벌인 백규정

골프 전문기자는 아니지만 25년 여 골프 경험, 그리고 주말 특별한 약속 없으면 아내의 타박을 감수하면서라도 TV시청 비율을 7(골프중계)대3(뉴스&다큐)에 맞추려 애써 온 기자가 보기에 지금부터 골프여제는 리디아 고입니다. 소렌스탐 버금가는 롱런이 기대됩니다.

물론 그 여부는 리디아 본인에게 달렸습니다. 한국의 루키프로로 올해  LPGA 대회에서 나란히 우승을 거둔 19세 동갑내기 김효주와 백규정의 기량도 세계정상급입니다. 벌써부터 세계 여자골프에 펼쳐질 살벌한 정글의 법칙이 기대됩니다.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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