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월요광장-권대봉> 고통을 겪으면서도 배우려 하지 않는다면…
과도한 학습부담·복잡한 전형방법
서열화 조장하는 현행 대입 제도
학생들에 고통주는 정책 방치 안돼
교육생태계 바꿀 困而學之 필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 오류로 나라가 어수선하다. “고통을 겪으면서도 배우려 하지 않는다면 백성이 하급이 되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어린 백성이 고통을 겪는 것을 보고도 못 본척하는 데에 있다.

논어의 계씨(季氏)편에서 공자는 “태어나면서 아는 자(生而知之者)는 상급(上也)이요, 배워서 아는 자(學而知之者)는 다음(次也)이요, 고통을 겪은 뒤에 배우면(困而學之) 또 그 다음(又其次也)이요, 고통을 겪으면서도 배우려하지 않는다면(困而不學) 백성이 하급이 된다(民斯爲下矣)”고 말하였다.

어린 백성이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은 교육문제이다. 특히 외국에 비해 과다한 전형방법으로 과다한 입시준비를 요구하는 대학입시가 문제이다. 내신뿐만 아니라, 수능, 논술, 구술 준비, 그리고 입학사정관제 입시전형에 따라 별도의 준비를 해야 한다. 학교 교육의 정상화라는 명분을 걸고 내신 성적을 입시에 반영하였는데, 명분대로 되었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음악은 심적 조화, 미술은 창의성, 체육은 인내와 협동심, 연극은 정서 발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중고등학교에서 소홀히 다루고 있는 것은 내신 산출방식과 무관하지 않다. 지금 같은 내신 산출방식에 대한 성찰 또한 필요하다.

미국은 기본적인 대학수학능력을 측정하는 필수 수능으로 언어와 수학 두 과목만 시험을 보고, 다른 과목은 전공별 심화 능력을 측정하는 선택 수능II로 분리하여 개인의 끼를 전공분야별로 맞출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독일도 개인의 끼를 살릴 수 있도록 고등학생이 중점과목 2개를 선택하면 수업시간도 2배이고 성적도 2배로 반영한다.

한국이 장차 문·이과 교육과정을 통합한다면 현행 수능을 혁신할 필요가 있으므로 미국과 독일 수능 방식을 학이지지(學而知之)하면 한국 실정에 맞는 방안을 만들 수 있다.

사교육비를 절감한다는 명분으로 수능문제의 70%를 교육방송(EBS) 수능 강좌와 연계 출제해야 한다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EBS 수능방송 해설 사교육이 등장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학생들은 교과서 이외에 EBS 교재를 공부해야 한다는 이중부담을 갖게 되었고, EBS 교재 암기에 몰두하니 창의교육은 어렵게 되었다. 학교의 역할은 지식교육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학습자와의 교감을 통해 덕육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가 창의교육과 덕육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70%정책이 재검토 되어야 한다.

수능은 원래 목적대로 진로신호기제 역할을 해야 한다. 수능시험 결과를 통보할 때 성적만 통보할 것이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에게 대학 수학 능력 가능성 여부를 알려주어야 개인이 각자 끼를 살려 꿈을 이룰 수 있다.

현행 수능은 소수점 이하의 차이로 어린 백성을 한 줄로 세우고, 전국의 대학과 학과를 한 줄로 세우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수능이 입시의 기초자료로만 사용되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수준이 다른 모든 대학이 수능에 과도하게 의존하여 학생 선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서열화를 자초하면서도 곤이불학(困而不學)하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어린 백성은 수능뿐만 아니라 논술준비를 위해 사교육을 강요당하는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대학본고사를 금지하고 대신에 논술시험을 허용하는 입시정책으로 인해 학교 교육과정에 없는 논술과목 준비를 위한 사교육이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대가 2015학년도 정시모집에서 논술을 폐지하였다. 서울대가 논술 없이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았으므로, 모든 대학이 정시모집뿐만 아니라 수시모집에서도 논술을 폐지해야 공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고 논술 사교육의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다.

어린 백성이 고통을 겪고 있는 정책을 방치하면 하급이 되는 것은 생이지지(生而知之) 수준의 상식이다. 하급에서 상급으로 교육생태계의 변화를 위한 곤이학지(困而學之)가 필요한 때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