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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례로 본 ‘사직’과 ‘부당해고’ 사이는?…‘사직서 제출 여부’보다 ‘정황 증거’가 중요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운전교습학원의 강사였던 근로자 A 씨. 회사 관리부장에게 사직하겠다는 말을 전했고 학원에서는 이후 A 씨에게 교습차량 및 수강생을 배정하지 않았다. A 씨도 이에 대해 특별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사직서는 제출하지 않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부당해고로 보지 않았다.

한 의료재단 의사였던 B 씨. 사직서는 내지 않았지만 이직하기 위해 구직활동을 해 오면서 퇴직일이 적힌 감사패를 수령했고 진료실 열쇠도 반환한 후 다른 병원에 취직해 근무했다. 재판부는 이 경우 역시 부당해고가 아닌 자신의 의지에 의한 사직으로 판단했다.

이재목 충북대 로스쿨 교수는 최근 ‘근로관계에 있어 사직서 제출의 법적 성질과 그 효력’에서 이처럼 판례를 분석해 본 결과 법원이 사직과 부당해고를 가르는 기준에서 사직서 제출 여부 자체보다는 정황상 사직의 의사가 실제로 있었는지를 중요한 기준으로 본다고 밝혔다. 위 판례와 같이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에도 사직 의사가 있었다는 정황이 있다면 부당해고가 아닌 사직으로 인정하고 사직서를 제출한 경우라도 부당해고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교수는 사직서를 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상징적인 행위일 경우 법원은 이를 부당해고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품질불량을 책임지겠다며 상무이사를 포함한 직원들이 일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는데 특정한 근로자만 사직 처리한 경우나 회사의 경영악화에 책임을 지겠다며 명목상 사직서를 냈는데 퇴직 처리한 경우 재판부가 부당해고로 판단한 것이 그 예다.

이 교수는 또 회사의 강요나 회사 내 부당한 압력에 따라 사직서를 제출한 경우에도 재판부가 부당해고를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업무상 재해를 치료하기 위해 중도 귀국을 할 수밖에 없었던 해외근로자에게 사직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귀국청원서를 제출해야만 귀국이 가능하다고 강요해 청원서를 제출하게 만든 경우, 한 골프장 근로자가 다른 직원들이 폭행을 일삼으며 사직을 강요해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쓴 경우는 모두 부당해고로 인정됐다.

이 교수는 “부당해고 구제신청과 관련한 재판에서 사직과 해고의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가 빈번하다”며 “이러한 판례 유형화가 개별 노사분쟁사건의 해결에 있어 약간의 해석 지침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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