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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갑 안 여는 일본 소비자…아베노믹스 위협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의욕적으로 꺼내든 경기부양책 ‘아베노믹스’가 약발이 통하기는 커녕 소비 심리를 꺾어놓고 있다. 지갑을 열지 않는 소비자들이 지금처럼 늘어나면 아베노믹스를 위협하는 칼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 아시아판을 통해 “위축된 소비자들이 아베노믹스를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아베노믹스는 양적완화에 따른 엔화 약세를 통해 수출을 진작시키고 내수 소비를 끌어올리겠다는 목표에서 출발했다.

추진 2년째를 맞았지만 꽁꽁 언 소비심리는 좀처럼 풀리질 않고 되려 뒷걸음질하고 있다.

지난주 일본 내각은 10월 소비심리 평가를 ‘정체’에서 ‘약화’로 낮추며 3개월 연속 강등했다. 또 지난달 나온 일본은행(BOJ)의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전년보다 살림살이가 나아졌다고 생각하는 가구가 전체의 4.4%에 불과했다.

이는 노동자들의 소득 불안이 심화되면서 소비심리를 꺾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화 약세로 인플레이션이 상승한 반면, 실질 소득은 제자리 걸음을 지속하면서 지갑을 닫는 소비자들이 늘었다. 아베 정권이 4월 단행한 소비세 인상(5%→8%)도 소비에 찬물을 끼얹었다.

실제 일본 실업률이 지난 9월 3.6%로 16년래 최저치로 뚝 떨어졌음에도 불구, 인플레이션을 적용한 실질 임금 수준은 15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9월 현재 실질 임금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 떨어진 것으로 집계된다.

소비는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의 핵심성장 동력이다.

그러나 아베노믹스가 소비심리를 활성화시키지 못하면서 경제 성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사진설명> 왼쪽부터 세대별 연간 소비 추이 / 실질 가계소득 추이 /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 [자료=WSJ]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경제재생담당상은 지난 17일 “소비자들이 방어적으로 될수록 경제 성장도 둔화된다”면서 소비의 ‘악순환’을 지적했다.

아베노믹스가 촉발한 소비의 악순환은 노동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비 부진으로 경제 전망을 비관한 기업들이 고용 규모를 축소하기 때문이다. 정규직을 채용하는 대신 임시직이나 시간제 노동자를 늘리는 것이다. 현재 일본 노동력 3명 중 1명이 비정규직일 정도다.

때문에 노동시장의 핵심 세대인 30대가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지난 4~9월 30대의 소비재(가전제품, 가구 포함) 소비액은 32% 감소, 아베노믹스의 가장 큰 희생양이 됐다고 지적된다.

일본 전문가인 리처드 카츠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시간제로 일하고 있다”면서 “아베노믹스 때문에 경제가 제속도로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자신하지 못한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을 종용한 아베 총리의 말을 따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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