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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금강산 가는 길 다시 열 때 되지 않았나
금강산 관광을 다시 시작하자는 논의가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금강산 관광 16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18일 북한을 다녀온 것이 한 계기가 됐다. 특히 재개를 희망하는 북한의 의지가 현 회장을 통해 거듭 확인됐다. 현 회장은 “북측과 연내에 금강산관광 재개 물꼬를 트자는 뜻을 함께했다”며  “기념행사에서 북측 인사들과 ‘열려라 금강산’ 구호를 여러 번 외쳤다”고 절박한 분위기를 전했다. 현 회장 역시 “천혜의 절경을 다시 볼 수 있도록 관광 재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 달라”며 안타까운 심경을 밝혔다. 우리 정부 입장도 비교적 유연한 편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이날 “제2차 고위급 접촉이 열리면 금강산 관광 재개문제 등 남북간 현안을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은 1998년 시작돼 남북간 긴장 완화와 한반도 평화의 상징적 역할을 해왔다. 2003년 육로 관광길이 열리면서 금강산을 찾는 남측 주민 수는 폭발적으로 늘어 200만명이 북한 땅을 밟았다. 그러나 2008년 박왕자씨 피격 사망사건으로 관광이 중단됐고,  6년이 넘도록 금강산 문은 열리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도 적지 않다. 대북관광 독점 사업권자인 현대아산은 약 1조원에 달하는 매출 손실을 입었다고 한다. 숙박·식음료·여행사·운송업체 등 협력업체가 입은 손해를 더하면 그 규모는 1조6000억원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금강산 관광 통과 지역인 강원도 고성 일원의 지역경제는 황폐화됐다. 경제적 손실만이 입은 게 아니다. 남북 긴장완화의 상징성이 사라지면서 갈등은 더 고조되고 있다. 유ㆍ무형의 기회비용 손실은 그만하면 충분하다. 이제 문을 다시 열 때가 됐다.

물론 정부로서도 선뜻 허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박왕자씨 피격에 대한 북한의 사과가 여태 없었고, 5ㆍ24 남북 교류 중단의 배경인 천안함 사태에 대해서도 여전히 시치미를 떼고 있다. 금강산 관광 수익이 핵 개발에 전용되고 있다는 의혹도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단순한 남북 교류 재개 이상의 복잡 미묘한 이해가 얽혀있다.

그러나 이런 사안들이 일조일석에 해결되지는 않는다. 특히 북한 핵 문제는 우리 정부의 힘만으로 풀 수 없는 장기적 과제다. 그렇다면 패키지로 엮을 게 아니라 사안별로 분리해 대응하는 유연한 전략이 필요하다. 금강산 관광이 다시 시작되면 남북간 꼬인 문제들이 의외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앉아서 기다리기만 한다면 ‘통일 대박’은 요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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