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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년만의 LPGA 우승’ 허미정 “드라마 같았던 올해, 100점 만점에 100점”
[헤럴드경제(인천)=조범자 기자]지난 8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포틀랜드 클래식. 한국인 선수 한 명이 TV 화면에 자주 나왔다. 최종라운드서 중계 카메라가 따라다닌다는 건 우승 경쟁을 하고 있다는 의미. 하지만 많은 골프팬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낯선 얼굴이었다. “허미정이 누구지?” 

그로부터 꼭 석달 뒤인 지난 9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CC. 남자 투어 신한동해오픈 마지막날 몰린 갤러리들은 그를 보자마자 “어, 허미정이다!” 하며 반가운 인사를 건네고 사진 촬영을 요청했다. 석 달 만에 그를 향한 시선은 물음표에서 느낌표로 바뀌었다. 국내 대회 출전에 앞서 코스 답사를 하러 온 그는 “예전엔 아무도 못 알아봤다. 신기하고 기분좋다”며 배시시 웃었다. 

허미정(25). 지난 9월 요코하마 클래식에서 5년 만에 LPGA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마지막 챔피언퍼트를 성공시키고 환하게 웃으며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는 모습은 많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너무 오랫동안 고생했는데, 우승한 순간 뭔가 보상받은 느낌이었다. 그런 눈물이었다”고 했다. 

사진=KPGA 민수용

▶“골프 그만두려던 순간, 기회가 기회를 낳았다”=그 또래들이 대부분 그렇듯 허미정 역시 초등학교 때 고향(대전 유성구) 선배이자 대스타인 박세리(37)의 맨발투혼을 보고 골프채를 잡았다. 

국가대표를 거쳐 2009년 LPGA 투어에 데뷔한 후 그 해 바로 우승을 차지했다. “드디어 해냈다”고 한 순간 깊은 슬럼프가 찾아왔다. 페이드성 구질을 드로 구질로 바꾸기 위해 스윙을 교정하려다 그만 모든 밸런스가 무너진 것. 가장 심각한 건 자신감 실종이었다. 

“연습장에선 진짜 잘 맞았어요. 그런데 경기할 땐 공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거죠. 점점 내 샷을 내가 믿지 못하게 됐어요.” 

올시즌 전반기가 최악이었다. 시즌 개막 후 10개 대회에 나가 본선까지 진출한 게 고작 2차례. 나머지 8개 대회선 단 1달러의 상금도 벌지 못했다. 상금 순위 100위 밖으로 밀리면서 뛸 수 있는 대회가 2개만 남았을 때 그는 아버지 허관무 씨에게 말했다. “아빠, 시드 잃고 다시 큐스쿨에 가야 할 상황이 되면 골프 그만둘 거에요.” 

벼랑 끝에서 드라마가 펼쳐졌다. 포틀랜드 클래식 9위로 꿈도 못꿨던 에비앙챔피언십 출전 자격을 얻었고, 에비앙 대회서 단독 3위에 오르며 남은 시즌을 다 뛸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바로 다음 대회인 요코하마 클래식에서 5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허미정의 골프가 다시 생명을 얻었다. 

허미정은 “에비앙 대회부터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다. 그러니 흔들리던 공이 반듯하게 날아가더라”며 “거의 그만둘 뻔한 상황에서 기회가 기회를 낳아 여기까지 왔다”고 돌아봤다.

▶“더할 나위없이 좋은 올해, 100점 만점에 100점”=허미정의 어프로치샷은 투어 동료들도 감탄할 정도다. 그는 “지난 3~4년 동안 샷이 안맞으면서 어프로치샷이 많이 좋아졌다. 남들은 그린에 올릴 때 나는 올리지 못하니까 그린 주변에서 칠 상황이 정말 많았다”며 웃었다. 

또 하나 좋아진 건 퍼트다. LPGA 평균퍼트 수(28.74개)에서 ‘컴퓨터 퍼트’ 박인비(3위·28.94개)를 제치고 2위에 올라 있다. 허미정에게 주말골퍼들의 영원한 숙제인 어프로치샷과 퍼트에 대한 도움말을 청했다.

그는 “둘 다 상상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일단 띄울 것인가, 굴릴 것인가 계산을 하면서 그림을 그려요. 이 정도 탄도로 띄워 이만큼 굴린다. 그러면 원하는 지점에 떨어질 확률이 높아요. 보통 공이 그린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핀이 그린 가장자리에서 가까울 경우엔 띄우고, 반대로 공은 그린 주변에 있는데 핀이 멀리 있다면 굴리는 게 편하죠.” 

허미정은 또 효과 만점인 퍼트 연습방법도 귀띔했다. “퍼트는 스피드가 중요한데, 저는 이렇게 연습해요. 홀컵부터 3m 간격으로 9m까지 티를 하나씩 꽂아요. 그리고 홀컵 뒤 50cm에도 티를 하나 꼽고. 각 거리마다 공 3개씩 퍼팅해서 다 들어갈 때까지 하죠. 3개 다 들어가면 다음 티로 이동. 만약에 6m에서 실패하면 다시 3m 앞으로 돌아가서 또 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도움이 많이 돼요.”

허미정은 올시즌 자신에게 주는 점수로 주저없이 100점 만점에 100점을 매겼다.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해였다”고 했다. 

그는 “LPGA 투어 마지막 대회인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한 번 더 우승하면 정말 좋겠다”며 “내년에도 우승 욕심은 크게 없다. 그저 모든 대회서 20위 안에 내 이름을 올리는 게 목표다. 그리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게 가장 큰 꿈이다”고 눈빛을 빛냈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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