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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 “된장 사라지면 우리 문화도 함께 사라집니다” 김정수 샘표 된장학교 교장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가을녘 처마 밑에 달린 메주는 우리네 고향을 상징하는 이미지였다. 봄에 심은 콩 씨가 노랗게 익은 콩 코투리에 자손을 품기까지, 잘 익은 콩들을 삶아 절구로 찧고 메주로 빚을 때까지의 과정을 상상할 때마다 정겨운 풍경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도회지의 삶에 익숙해진 어린 세대들에게는 너무도 낯선 그림일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샘표 된장학교’에서 만난 김정수(60) 샘표 이사는 그런 우리의 정취, 된장이라는 식문화가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8년째 이 학교의 교장 선생님을 맡고 있다. 김 이사는 “요즘 너무 많은 음식이 나오다보니까 된장 소비도 많이 줄었어요. ‘이러다가는 언젠가 우리가 먹는 전통 음식들이 없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다음 세대에도 우리 식문화가 이어질 수 있도록 된장학교를 시작했죠”라고 말했다.

된장학교는 정규 강의와 유기농 콩 농장 실습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정규 강의에서 된장의 효능과 장점, 장 담그기 등에 대한 이론적인 강의가 이뤄진다면, 콩 농장 실습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된장의 원료인 콩을 재배하는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된장학교를 찾은 가족들은 봄철에 경기도 이천의 10평 남짓한 콩밭을 분양받은 뒤 10월에 수확할 때까지의 모든 과정을 두 손으로 경험한다. 콩을 심고 메주를 만들어 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된장과 친숙해 질 수 있는 것.


된장을 알리자는 목표에서 시작한 학교였지만 망외의 소득도 있었다. 주로 가족 단위로 학교를 찾다보니 가족 간 대화의 기회가 자연스럽게 열렸고 아이들의 정서 함양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된장학교를 졸업한 이후 먹을 것을 가리던 아이가 식습관이 바뀌었다고 자랑하듯 소식을 전해오는 것이나, 콩을 재배하며 가족들이 점차 밝아지는 모습은 김 이사에게 주어진 따뜻한 훈장이었다.

김 이사는 “콩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부모님과 아이들이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된장이 만들어지기까지 1년여간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음식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된장학교의 노력에도 국내 된장시장은 정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쌈장이나 고추장 시장이 해마다 성장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되는 분위기다.

김 이사는 우리나라처럼 장 문화가 발달한 일본의 예를 들어 한국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일본 속담에 ‘의사에 돈을 내느니 된장 가게에 돈을 내겠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만병통치약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고, 정부 차원에서도 된장의 이점을 알리는 교육을 하고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는 “어릴 때 형성된 맛에 대한 기억은 평생을 갑니다. 아이들에게 된장을 제대로 먹일 수 있다면 건강을 챙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전통 음식문화도 보존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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