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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펙 No! 직무 능력부터”…기업들 삼성 필두로 ‘실사구시 채용’ 선회
‘스펙 중심’ㆍ‘기회 균등’에서 ‘직무 우선’으로 채용 트렌드 변화
삼성 직무적합성 평가 도입 계기로 국내 재계 전반에 확산 양상
현대차ㆍLGㆍSK 등 지원서 양식까지 바꾸며 ‘실무형 인재’ 찾아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국내 기업의 채용 트렌드가 ‘스펙 중심’, ‘기회 균등’에서 ‘직무 우선’의 실사구시(實事求是)형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특히 지난 5일 삼성그룹이 직무적합성 평가 도입을 골자로 하는 채용 제도 개선안을 내놓으면서, 이 같은 분위기는 재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는 그동안 기업들이 좋은 성과를 내는 직원들의 공통점을 분석한 결과 이들은 직무 관련 경험과 역사, 인문학, 과학 등 깊으면서도 폭넓은 지식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이른바 ‘면접의 달인’, ‘삼성고시’ 등이 나올 정도로 채용 제도에만 맞춰 준비하는 취업 준비생을 걸러내기 위한 조치로도 풀이된다.

11일 재계 등에 따르면 삼성을 비롯한 상당수 기업은 직무 역량 중심의 채용 제도를 마련했거나, 이미 시행 중이다. 이 같은 방식의 채용은 구글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의 채용 방식과 유사하다.

삼성은 직군별 직무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내년 하반기 채용부터 직무적합성 평가를 새로 도입한다. 영업ㆍ경영지원직은 지원할 때 ‘직무 에세이’를 제출하게 하고, 연구개발ㆍ기술직과 소프트웨어 직군은 전공능력 중심(이수과목ㆍ학점ㆍ난이도)으로 평가한다. 필기시험인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보기 위해서는 직무적합성 평가를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LG는 올해 하반기부터 직무와 무관한 스펙을 평가 항목에서 제외하는 등 직무 중심의 채용 제도를 마련, 시행 중이다. 한편으로는 1995년 시작된 대학생 해외 탐방 프로그램 ‘LG 글로벌 챌린저’를 통해 우수 탐방 보고서로 입상한 학생들을 채용하는 등 ‘미션 완수’를 직무 역량의 척도로 보고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오디션 형식의 채용 프로그램인 ‘바이킹 챌린지’를 도입했다. 전국 6개 주요 도시를 순회하면서 개인 오디션 형태의 예선을 벌이고, 이를 통과한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미션’을 제시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역시 미션과 직무를 동일시하는 채용 방식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올해부터 직무 중심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있다. 특히 연구개발(R&D) 부문의 경우 올해부터 채용 직무를 6개로 나누고, 채용 설명회도 직무 기반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작성 양식도 변하고 있다. 불필요한 스펙은 걷어내고 직무 관련 부분만 보겠다는 것. 가장 변화가 큰 곳은LG다. LG는 올 하반기부터 입사지원서에 수상ㆍ어학연수ㆍ인턴ㆍ봉사활동 경력 등을 기재하는 란(欄)을 아예 없애고, 해당 역량이 필요한 직무 지원자만 공인외국어시험 성적이나 자격증을 입력하게 했다.

현대차도 자기소개서 문항은 ‘해당 직무 분야에 지원하게 된 이유와 선택 직무에 본인이 적합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이유 및 근거를 제시해 주십시오’ 단 하나만 제시했다. 삼성도 바뀐 채용 방식에 따라 입사지원서 양식을 새로 만들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존 틀에 박힌 채용 제도 만으로는 직무 능력이 뛰어난 인재를 고르기 어렵다는 기업들의 고민이 아예 채용 때부터 입사 대상자의 직무 역량을 살펴보는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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