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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해창 기자의 세상읽기> 심폐소생술(CPR)의 생활화
지난해 3월 한 대학입학식장에서 한 신입생이 갑자기 쓰러져 호흡곤란에 빠집니다. 놀란 학생들이 발을 동동 구르지만 속수무책입니다. 촌각을 다투는 위급한 상황이던 바로 그 때, 학생들을 헤집고 한 사람이 달려와 구원의 손길을 뻗습니다. 심폐소생술입니다. 몇 분 뒤 그 학생은 호흡과 의식을 되찾게 됩니다.

호남대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입니다. 학생을 구한 이는 이 대학 태권도경호학과 박장규 교수. 이런 일이 있은 뒤 이 대학은 대학 구성원 전체가 심폐소생술을 공유키로 하고, 그해 6월 학생 1000명이 단체 체험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아주 드문 일입니다. 

심폐소생술은 가족과 이웃이 갑자기 심정지로 쓰러져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기 상황에서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는 기적의 기술로 ‘4분의 기적’으로 통합니다. 소방방재청은 2022년까지 10-70세 인구의 절반 이상을 심폐소생술 교육을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심폐소생술 알고리즘

질병관리본부의 발표내용을 잠시 보겠습니다. ‘우리나라 병원 외 급성심장정지 생존 현황’에 따르면 119 구급대를 통해 의료기관으로 이송된 급성심장정지 환자는 2010년 2만5909건, 2011년 2만6382건, 2012년 2만6531건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성별로는 2012년의 경우 남성이 1만6995건(64.1%)으로 여성 9536건(35.9%)의 약 2배에 달했고, 연령별로는 0~19세 823건(3.4%), 20~69세 1만3324건(54.4%), 70세 이상이 1만332건(42.2%)으로 집계됐습니다.

하지만 신속한 응급처치와 치료는 미비합니다. 심장이 정지한 상태에서 3분이 경과하면 비가역적 뇌손상이 발생하고, 4-6분 이상이 경과하면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겁니다. 보다 신속한 응급조치가 절실하다는 지적입니다.

심장이 멈춘 뒤 다른 사람에 의해 목격된 사례는 2012년 1만485건(39.5%)으로, 2010년 9099건(37.2%), 2011년 9776건(39.3%)에 비해 증가했습니다. 또 일반인이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사례는 2012년 1730건(6.5%)으로 2010년 813건(3.3%)에 비해 약 2배가량 늘었으나 여전히 비율은 한자리 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보건복지부의 심폐소생술 ‘손깍지 사진 공모전’ 홍보물

현장에서부터 지속적으로 심폐소생술을 시행해 병원으로 이송된 사례는 2010년 8,212건(33.5%), 2011년 10175건(40.9%), 2012년 12,222건(46.1%)으로 매년 점진적으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요한 것은 처음 발견한 사람이 심폐소생술을 한 것과 하지 않은 것은 생명에 거의 배 차이가 난다는 사실입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경우도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자택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한남동 순천향대학교병원에서 응급처치로 심폐소생술을 받아 어려운 상황을 일단 면한 케이스입니다. 수행비서가 직접 처치해 아마도 1차적 회생을 한 뒤 응급실행을 단행했을 것으로 봅니다만, 심폐소생은 이처럼 생사 갈림길에서 천사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눈길을 끄는 소식하나. 서울대가 최근 국내 종합대학 중 처음으로 심폐소생술 자격증 획득을 졸업 요건으로 정했다고 합니다. 발상 자체가 큰 박수를 받을 만합니다. 서울대 역시 아주 자극적인 경험을 한 결과라고 합니다. 지난 7월 기숙사 화재가 발생했지만 기숙사 관계자들이 재난교육 체험을 실제에 적용해 큰 화를 면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일선 소방관들조차 매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입니다.

학내외 안전사고를 계기로 ‘타인의 생명을 살리는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취지로 이런 제도를 도입하게 됐다니 참으로 잘 된 일입니다. 이렇게 되면 내년 신입생부터는 졸업까지 심폐소생술 자격증을 의무적으로 따야 합니다. 2015년부터 심폐소생술 강의를 개설해 졸업 필수학점에 포함하거나 온라인 강의를 수료한 뒤 학내 보건진료소 실습을 통해 자격증을 따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심폐소생술뿐 아니라 기도 확보술, 제세동기 사용법 등 기본 응급처치 과정을 죄다 숙지해야 함은 물론입니다. 학생 1인당 5만 원 가량 드는 예산은 대학이 지원한다는 군요.

심폐소생술을 생활화하는 외국의 체험교육 현장

학습효과(Studying-effect)가 바로 이런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지금 안전은 우리 사회 최대 화두입니다. 차제에 대학뿐만이 아니라 초중고학생들에게 까지 심폐소생술 하나만은 올림픽 금메달감으로 만드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때마침 보건복지부가 심폐소생술에 대한 국민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5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손깍지 사진 콘테스트’를 개최한다고 합니다. 이번 콘테스트는 응급환자 발생 시에 신속한 심폐소생술을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알리고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실천의식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것입니다.

심폐소생술을 상징하는 기본 손동작인 손깍지 모양을 하고 사진을 찍어 홈페이지(www.손깍지.kr)를 통해 응모하면, 총 156명에게 300만 원 상당의 상품을 수여할 것이랍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이런 일에 많은 분들이 동참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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