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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엔低의 정치경제학…日양적완화 용인한‘美의 침묵’있었다
‘미국이 또 한번 침묵하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의 추가 양적완화 단행에 따른 2차 엔저(低)공습으로 우리 수출 기업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하지만 미국은 이번에도 특별한 언급 없이 지켜보고만 있어 사실상 엔저를 또 한번 용인하고 있다. 이런 데에는 미국과 일본의 정치ㆍ외교적 관계가 배후에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엔저는 우리 수출의 가격경쟁력에 치명적이다. 이미 품질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선 한두푼이 큰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엔저는 대(對) 일본 수출에만 타격을 가져오는 게 아니라 전자, 자동차 등 우리 주력 수출품 대부분이 일본 제품과 경합하는 국제시장에도 악영향을 받게 됐다.

이 때문에 일본의 엔저 정책이 이웃 국가들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치 않는 전형적인 ‘근린궁핍화(beggar-thy-neighbor) 정책’이란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미국은 일본에 특별한 경고나 주의 사인을 보내지 않고 있다. 지난 1985년 달러화 강세를 완화하려고 ‘플라자 합의’를 통해 강압적으로 엔화 절상을 유도했던 것과는 판이한 모습이다.

한국 등 다른 나라에 대해선 엄격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의회에 제출한 주요 교역국의 경제ㆍ환율에 대한 반기 보고서에서 “한국 당국이 5월부터 7월까지 외환시장에 심하게(heavily) 개입했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표출했다.

따라서 미국의 엔저 용인에는 정치ㆍ외교적 목적이 숨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바마 2기 행정부는 중동에서 발을 떼는 대신 아시아에 집중하는 외교 정책을 펼쳐 왔는데, 미국과 함께 G2(주요 2개국)로 떠오른 중국 대신 일본과 손을 잡음으로써 중국을 견제하고 자국 경제에도 도움을 얻는 ‘두 마리 토끼’를 기대해 온 것이다. 이에 일본은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하는 식으로 ‘화답’해왔다.

미국 정부로선 4일(현지시간) 시작된 중간 선거를 위해서라도 엔저 용인이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일본의 경제 회복으로 수출을 늘려 일자리를 확대해야 표심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 엔저를 무제한 용인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내년 금리 인상으로 인해 발생될 달러 강세를 엔저가 더 부추길 수 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글로벌경제팀장은 “미국은 이미 일본의 아베노믹스에 대해 지지선언을 했기 때문에 계속 그 스탠스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 당국이 국제회의에 가서 미국의 이같은 태도에 대해 어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엔 재정환율은 지난 4일 940원대로 떨어지면서 6년여 만에 최저가 됐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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