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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해안 생태여행과 겸하는 먹거리여행
[보령 서천 = 서병기 선임기자]1년중 나들이 하기에 가장 좋은 때다. 자연속에서 시원한 바람이 콧속으로 들어오는 기분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좋은데, 서해안 생태여행에 먹거리 여행까지 곁들인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충남 보령시 소황리 해안에 위치한 소황사구는 숨은 생태여행지다. 모래가 있는 해변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개발을 하지 않아 숙박지 등 편의시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황해안사구에 도착하면, 별다른 시설이 없어 실망할 수도 있지만 자연이 최대한 보존된 천혜의 연안모래습지지구라 오히려 가치를 더한다. 우리나라의 동서남해안의 거의 모든 곳이 난개발이 이뤄졌지만, 소황사구만은 잘 보존돼 사구동식물까지 관찰할 수 있다.

사구(沙丘)란 바람에 의해 옮겨진 모래언덕을 뜻한다. 천연기념물 431호로 지정된 충남 태안의 신두리 사구가 워낙 유명해진 바람에 소황사구는 덜 알려졌다. 2005년에야 생태적 가치가 인정돼 환경부에 의해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선정됐다. 소황사구의 크기는 평균 폭이 60m, 길이가 2㎞가 넘는다. 하지만 사구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훼손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탐방객이 쉽게 걸어들어갈 수 있는 데크를 일부분만 조성했다. 이 곳에는 습지도 있고, 노랑부리백로, 매, 삵, 표범장지뱀 등 멸종위기종들이 서식하고 있다. 우산잔디, 갯그렁, 갯쇠보리, 순비기나무 등 식물도 풍부한 편이다. 4~5년전 모래포집을 위해 850m 길이로 대나무를 펜스 형태로 촘촘히 박았다. 

소황사구를 관리보전하는 푸른보령21추진협의회 채준병 사무국장은 “소황사구가 생태적인 가치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사구 배후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군사보호구역(공군사격장) 덕이다”면서 “생태체험학습장으로 활용가치가 있는 소황사구를 통해 자연의 신비함과 아름다움을 체득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일 것이다”고 말했다.

소황사구의 모래밭을 걷고나서 보령머드축제가 열리는 머드해변이 있는 보령시 오천면 해안로 일대로 가면 간재미를 먹을 수 있는 식당들이 있다. 


‘보령 8미’중 하나로 꼽히는 간재미는 노랑가오리의 전남 방언이며, 이곳에는 ‘갱개미’로도 불린다. 간재미를 잘게 토막 내 김치와 함께 넣고 푹 끓여낸 탕은 약간 얼큰하면서도 정말 시원하다. 찬바람이 살랑살랑 불면 더욱 맛있게 느껴진다. 채소와 양념을 함께 넣고 묻쳐 먹는 간재미회무침은담백하고 쫄깃쫄깃한 맛이 그대로 살아있어 별미라 할 수 있다.

충남 보령시 천북면 장은1리에 자리잡은 방자구이 마을도 들려볼만하다. 방자구이란 관이나 양반의 시중을 들던 하인인 방자가 음식을 제대로 조리하여 먹을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별도의 양념 없이 고기나 재료에 소금만 뿌려 즉석에서 구어 먹던 것에서 기인한 조리 방식이다. 별도의 음식 솜씨나 능력이 요구되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체험할 수 있으며 재료의 독특한 고유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방자구이 마을에는 방자구이의 재료가 되는 황토땅에서 재배한 고구마, 땅콩, 옥수수, 콩 등 친환경 농산물과 바다에서 채취한 싱싱한 굴, 조개 등 수산물이 어루러진 구이음식과 굴김치만들기 등을 통해 전통의 맛을 체험할 수 있다.

간재미로 배를 불렸으면 보령에서 남쪽으로 충남의 끝이라 할 수 있는 서천의 한산면 신성리 갈대밭으로 가보자. 고려 말 최초로 화약을 가지고 왜구를 소탕시킨 진포해전이 있던 이 지역은 금강 하류에 위치해 퇴적물이 쉽게 쌓이고 범람의 우려로 인해 농사를 짓지 않아 무성한 갈대밭이 조성되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과 드라마 ‘추노’ 미안하다 사랑한다’ 등 각종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도 인기 있는 곳이다. 

서천군과 군산시가 만나는 금강하구에 펼쳐져 있는 신성리 갈대밭은 너비 200m, 길이 1.5km, 면적 10만여 평이 넘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하지만 여름에는 햇볕이 너무 강렬해 걸어봐야만 진가를 알 수 있는 신성리 갈대밭의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없다. 시원한 요즘 가야 걸으면서 여유를 부려볼 수도 있고 갈대 향기도 맡을 수 있다.

그래서 가을이 되면 가족과 연인의 낭만여행지로 손꼽힌다. 멋진 갈대밭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사진작가들의 촬영지로도 이름 높다. 성인남자의 키를 훌쩍 넘는 오솔길의 갈대가 바람에 서로의 몸을 부대끼는 곳에서 깊어가는 가을을 보내는 것도 마음의 평온함을 느끼는데 일조할 것이다.


우리나라 4대 갈대밭 중의 하나인 신성리 갈대밭의 제방도로에 올라가가면 드넓은 갈대밭이 눈아래로 한눈에 들어온다. 연중무휴로 개방하며, 입장료가 없다. 안내도를 참고해 저마다 멋진 갈대밭 탐방 동선을 그려보도록 하자. 약간 비밀스런 갈대밭을 걷다보면 박두진· 김소월· 박목월 등 청록파 서정시인들의 시를 써놓은 통나무 판자가 눈에 들어온다. 신성대 갈대밭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인간과 환경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국립생태원도 있다.

신성대 갈대밭을 거닐고 난 후 서천군 서면 마량리로 가면 주꾸미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식당들이 적지않다. 얼마전 MBC 예능 ‘무한도전‘에서 정준하와 박명수가 서해안에서 배를 타고 낚시로 주꾸미를 잡아 식당으로 가져가 너무 맛있다며 무한 흡입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는데, 주말이면 서해에는 주꾸미를 맛보려는 손님들로 붐빈다. 


주꾸미는 탕(샤브샤브)과 철판볶음으로 먹는다. 가을 주꾸미는 봄 주꾸미에 비해서는 덜 질기며 연한 편이다. 주꾸미의 부드러운 육질과 시원한 국물맛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매콤함과 고소한 맛을 느끼려면 주꾸미철판볶음을 먹으면 된다.

보령과 서천을 둘러보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있는 태안군 남면 일대에는 꽃게탕, 꽃게찜, 대하 소금구이, 대하튀김, 대하찜, 갑오징어물회를 먹는 나들이객도 쉽게 볼 수 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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