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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이슈] 혁신은 어디에도 있다…New Rich
지난해 155명 새로운 빌리어네어 탄생…상속형보다 자수성가·자립형이 대세…그들의 성공키워드는 ‘도전·창조·영감 ’
[특별취재팀 = 홍승완 기자] 싱가포르의 자산정보회사인 ‘웰스엑스’가 지난달 발표한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10억 달러(한화 1조475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빌리어네어’는 2325명이었다. 60억명이 넘는 세계 인구 가운데 극소수의 선택받은 사람들만이 부의 철옹성을 쌓고 ‘빌리어네어의 영광’을 누리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새로운 거부들의 등장 역시 이어진다. 지난해도 155명의 새로운 초거부들이 탄생했다. 새로운 빌리어네어의 등장은 ‘부의 집중화’라는 점에선 달갑지 않지만, 변화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눈여겨 볼 만하다. ‘노동 착취의 왕’으로 불리던 앤드류 카네기가 구조용 강철을 개발해 건물의 고층화를 촉진시키고, 밀려드는 이민자 노동력의 집약적 활용을 가능케 했던 것처럼 슈퍼리치들이 어떻게 돈을 벌고, 어떤 방식으로 투자하느냐가 변화의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새롭게 등장하는 젊은 ‘뉴 리치(New Rich)’들이 과거의 부자들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웰스엑스의 분석에 따르면 막대한 부를 물려받는 ‘상속자형 빌리어네어’보다는, 맨손에서 시작해 부를 일궈낸 ‘자수성가형 빌리어네어’나, 약간의 지원을 기반으로 자신이 새로운 사업을 일으켜 부자가 되는 ‘자립형 빌리어네어’의 비중이 2배 정도 많았다. 


실제로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성공스토리에선 이전 세대의 슈퍼리치들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 ‘발랄한 창의’, ‘도전의식’, ‘정보화 시대를 읽은 눈’이 있다. ‘공존과 공유의 철학’까지 엿보인다.

온라인 이미지 판매업체인 셔터스톡(Shutterstock)을 창립한 존 오링거(Jon Oringer)의 사업의 시작점은 ‘전문 이미지 인터넷사이트의 이용료가 너무 비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자신이 직접 3만장의 사진을 찍어 원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싸고 편하게 이용토록 했다. 사용자는 바로 폭증했다. 그는 아예 문을 더 열었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사진작가, 미술가 등은 물론 일반인들에게까지 수수료를 받고 사진을 거래할 수 있게 했다. 현재 셔터스톡은 전 세계 50개국 4만명의 이용객이 실시간 단위로 이미지를 올리고 구매하고 있다. 사이버상의 최대 이미지 공장이 된 셈이다. 회사의 가치가 올라가자 오링거의 자산규모도 1조원을 넘어섰다.

오링거같은 ‘공유의 뉴 리치’는 또 있다. 스마트폰으로 가장 가까운 차량을 파악해 예약하는 서비스인 ‘우버(Uber)’의 창립자 칼라닉 우버, 온라인에서 이용자의 빈집과 여행객을 연결해주는 서비스인 ‘에어비앤비(Airbnb)’의 설립자 브라이언 체스키 등이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어떻게 내가 돈을 벌것인가’ 대신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적은 비용으로 많은 편의를 얻을 수 있느냐’를 고민해 성공을 거두고 부를 거머쥐었다.

새로운 철학으로 무장해 성공한 경우도 눈에 띈다. ‘잊혀질 권리’에 주목한 모바일 메신저 ‘스냅챗(Snapchat)’과 ‘텔레그램(telegram)’을 만든 에반 스피겔과 파벨 두로프는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인물들이다. 다른 메신저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내세워 ‘고객들로 부터 더 많은 수수료를 챙기는 것’에만 몰두하고 있을 때, 이들은 메시지를 암호화하고 일정시간 뒤 삭제되도록 하는 방식으로 사용자들의 ‘인권’에 더 주목해 성공을 거뒀다.

영감과 몰입, 즐거움을 기반으로 낡은 영역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뉴리치들도 적지 않다.

경기 때마다 땀에 젖어 무거워지는 속옷이 싫었던 미국 메릴랜드대 미식축구부 주장 캐빈 플랭크는, 할머니 집 지하실에서 본 여성 속옷 재질의 합성섬유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아예 자신이 직접 스포츠 전문 속옷을 만들었다. 현재 미국 제 2의 스포츠 의류 브랜드가 된 ‘언더 아머’(Underarmour)의 출발점이다.

“내가 바다 위에서 파도와 맞서는 순간을 생생한 영상으로 찍고 싶다”던 20대의 서핑광 닉 우드먼은 손목과 발목에 찰 수 있는 플라스틱 소재의 방수 카메라를 제작해 팔기 시작했다. 모든 스포츠광들에게 “당신도 이순간 만큼은 프로선수 같다”고 유혹하는 이 ‘고 프로(GoPro)’ 카메라의 매출은 설립 10년만에 35만 달러에서 10억 달러로 늘어났다.

글로벌 뉴 리치들의 이야기는 우리나라에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들의 이야기가 그저 ‘운좋은 젊은이들의 성공담’으로만 보여지지 않는 것은 그 안에 우리사회가 갈망하고 있는 ‘도전ㆍ창조ㆍ영감ㆍ공존’ 등의 키워드가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한국에선 아직 온전히 ‘뉴 리치’라고 할 만한 인물들이 많이 눈에 띄지 않는다. 물려받은 기업을 조금 더 규모화하고 세계화한 ‘2세대 부호’와 정보화 시대의 흐름을 잘 활용한 몇 명만이 억만장자 리스트에 새롭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정도다. 통찰력과 도전정신, 영감과 혁신으로 뭉쳐진 ‘뉴 리치’들의 등장이 절실한 시점이다.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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