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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박병국> 별과 나침반, GPS와 SBAS
여형구 국토교통부 제2차관


생명체가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것은 생존의 기본인 안전은 물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의 출발점이 된다. 지형지물이 없는 바다가 고대와 중세 인류에게 ‘세상의 끝’이거나 공포의 대상이었던 것은 위치정보를 파악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공포의 바다에서 지중해 문화를 꽃피운 고대 페니키아인들에게는 별과 바람을 위치정보 파악에 활용하는 지혜가 있었고, 인도와 아프리카까지 대항해를 해냈다는 명나라에는 나침반이라는 훌륭한 위치정보 도구가 있었다.

나침반이 발명돼 항해술이 큰 진보를 이루기 전만 해도 선박들은 귀항할 육지가 시야에서 벗어나는 순간 위치정보 부재에 따른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래서 북극성 같은 별자리에 의존해 위치를 확인했고, 육지의 텃새를 쫓아가기도 했다.

이처럼 안전운항은 물론, 전쟁 승리와 경제적 이익 창출을 위해서도 정확한 위치정보 확보는 항상 과제가 아닐 수 없었다. 수천 년이 지난 지금은 별이나 새 대신 인공위성을 활용한다.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온 위성항법장치(GPS)는 가장 보편적이긴 하지만, 17~37m까지 오차가 생기는 단점이 있다. 정밀 유도기술이 필수적인 항공 분야에서는 사용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자동차 운전자들조차 오차 폭이 너무 크다며 불만이 큰 지경이니 정확도 개선은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세계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분야가 초정밀 GPS 보정시스템(SBAS : Satellite Based Augmentation System)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이 기술을 국제 표준화하고, 2025년까지 전 세계 운영을 목표로 각국에 적용을 권고했다. 미국, 유럽, 일본에서는 이미 운영 중이고, 러시아 등 많은 나라들이 개발에 한창이다.

이 기술은 정지궤도 위성을 통해 실시간으로 1m 이내의 초정밀 위치정보를 제공한다. 항공기에 적용되면 500만 회 착륙 당 신호 오류가 1회 이하일 만큼 높은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 같은 정확도를 바탕으로 항공기 사고는 75%를 줄일 수 있고, 연료는 연간 4만 2000 배럴, 탄소 배출량은 연간 5만 3000 톤이 절감될 수 있으며 항공기 지연과 결항 감소 등으로 연간 347억 원의 편익과 4,514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SBAS를 활용하면 항공기 자동 이착륙은 물론 육ㆍ해상 교통수단의 안전성 확보가 가능하고, 해양 분야에서는 유조선 충돌 등 선박사고로 인한 환경파괴도 예방할 수 있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항공, 해양은 물론, 교통, 정보통신, 물류, 응급구조 등 모든 분야로 활용을 확대하고 있어 미래의 생활혁명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된다.

국토교통부도 지난해 9월 SBAS 개발을 공식 선언했으며, 오는 10월 30일 개발에 착수한다. SBAS는 GPS를 이용하는 모든 분야에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도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

2018년 시범서비스 뒤 2022년 SBAS 신호가 우리나라 전 공역에 방송되면 항공기가 야간뿐 아니라 기상악화 상태에서도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모바일과 IT의 융ㆍ복합 기술 개발이 본격화하면 편리한 교통수단 확보, 실내 위치추적, 맞춤형 쇼핑, 응급구조, 노약자 보호, 미아 찾기 등 가히 혁명적인 생활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진다.

SBAS는 단순히 항공기 운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사업이며, 한국형 독자 위성항법시스템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그만큼 다양한 부처 및 기관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 사업이 순조롭게 추진된다면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 일본 등에 이어 세계 7번째 SBAS 보유국이 된다. 머지않아 SBAS를 통해 국민의 안전과 편의가 증진되고, 창조적 일자리 창출로 연계돼 국민생활의 품격이 한층 높아지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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