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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 “트랜스젠더인 아이 통해 몰랐던 세상 알게 됐어요"
이신영 비온뒤무지개재단 이사장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10년 전만 하더라도 성(性)소수자에 대해선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런데 실제로 내 일이 되고, 아이가 힘들어하는 걸 보면서 지금까지 세상의 반쪽만 보고 살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신영(53ㆍ여ㆍ사진) ‘비온뒤무지개재단’ 이사장은 28일 헤럴드경제와 만난 자리에서 “트랜스젠더인 아이와 함께 울고 웃으며 스스로도 크게 성장했다”며 담담히 웃었다.

이 이사장이 자신의 큰 딸이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건 10년 전. 둘째가 “엄마가 알아야 할 것 같다”며 넌지시 일러주면서다. 이전까지는 17살 ‘딸 아이’가 그저 또래 여자아이들보다 조금 중성적이라고만 생각했다. 둘째의 말을 듣고 큰 애와 얘기를 나눈 뒤에야 비로소 아이가 자신을 성정체성을 남성으로 여기고 있음을 알게 됐다.


그는 “스스로를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 여겼지만 그게 아니었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힘들어졌다”고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 수많은 사람 중에 왜 하필 내 딸인가”하고 하늘을 원망했다.

우리 사회가 성소수자들에게 편견 없이 열린 사회라면 그토록 ‘죽을 만큼’ 고통스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이사장은 “나 역시도 여자, 남자, 어디 한 군데 속해 있어야 마음 편한 세대라 내 자식도 편히 살았으면 했다”고 눈물 지었다.

그러나 5년 전, 아이가 여자에서 남자로, 첫 수술을 받는 과정을 지켜보며 모든 게 ‘제자리’를 찾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20년 넘게 엄마와 딸로 살았기에 아이의 변화가 낯설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레 ‘쟨 내 아들이지’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이 이사장은 말했다.


이제 이 이사장의 바람은 큰 애가 남자로서 평범하게 사는 것이다.

그는 “다른 아들 가진 어머니한텐 아무렇지도 않은 일들이 내겐 그렇지 못하다”며 “아이가 아무 고민 없이 남자 화장실에 갈 수 있는 그런 평범한 남자로 살았으면 좋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가 성소수자를 위한 국내 최초의 비영리재단인 ‘비온뒤무지개재단’을 만든 것도 우리 사회의 성소수자들이 차별없이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이 이사장은 “처음엔 개인의 불행일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성소수자의 권리 의식이 높은 외국을 보며 이는 개인이 아닌 사회적 문제임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당장은 어떤 가시적 효과가 있으리라 기대하진 않지만 향후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천천히 사회를 바꿔나갈 수 있는 것들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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