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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의 허와 실…한국 대학교육의 길을 묻다

  • 기사입력 2014-10-24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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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말 받아적기 바쁜 서울대생’
‘교수와 논쟁 즐기는 美 대학생’

비판적·창조적 사고력 결핍은
교수들 수업방식·제도적 문제에 기인
관리자 아닌 창의적 리더 육성 위해선
대학교육 방식 근본적으로 쇄신해야



“무식하다 할 정도로 필기를 많이 해요. 교수님 말씀을 하나도 안 놓치려고요. 농담까지 다 받아 적는 수준이에요. ”(서울대생 예은이,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 중)

한국의 최고 수재만 모인다는 서울대. 그 중에서도 누가 최우등생, A+를 받는 학생일까. 조사를 했다. 비결 중 하나는 노트필기였다. 수업시간에 교수의 ‘말’을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최대한 다 적는다는 서울대 최우등생은 전체 인터뷰 응답자 46명 가운데 87%였다. 이같은 노트필기를 포함해 ‘수업 시간에 항상 앞자리에 앉는다’ ‘교수와 의견이 다른 상황에서 자신의 의견을 시험에 쓰면 A+를 받을 지 확신할 수 없는 경우에 그 의견을 포기한다’ 등의 수업전략이 서울대에서도 최고 성적을 받는 학생들의 ‘무기’였다. 뿐만 아니라 성적의 최하위부터 최상위 그룹까지 따져봐도 비례관계를 보였다.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에 따르면 서울대 최우등생은 ‘교수 농담까지 받아적는 수업 노트필기’를 최우선 수업전
략으로 꼽았다. 이는 수업 중 교수ㆍ동료와 토론에 집중하는 미국 미시간대학생들과 큰 차이였다.

미국 대학생들도 그럴까. 서울대와 비슷한 수준의 학교를 골랐다. 2013년~2014년 타임스 고등교육의 세계대학 평가에서 18위(서울대 44위), QS 세계 대학평가에서 22위(서울대 35위), 상하이교통대 세계 대학평가에서 23위(서울대 117위)인 미시건대다. 1817년 개교 이래 노벨상 수상자를 7명이나 배출한 미국의 명문이다. 미시간대에서 재직 중인 한국인 이소영 교수의 증언은 조사결과를 짐작케 한다.

“수업시간에 노트필기요? 그런 거에 열중하는 학생들은 없어요. 어차피 수업 시간에 교수가 쓰는 강의 노트는 미리 다 온라인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따로 필기할 필요 자체가 없거든요. ”

미시간대의 최우등핛행들에게서는 ‘수업 시간에 교수가 강의하는 모든 내용을 필기한다’는 대답에서 가장 낮은 평균점수를 기록했다. ‘수업 시간에 항상 앞자리에 앉는다’라는 문항은 최저 학점 구간에서 가장 높은 점수가 나왔다. 즉 앞에 앉는 학생일수록 최하위 성적을 받은 경우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서울대와 미시간대 최우등학생의 비교 연구를 실시한 이혜정 박사(교육과 혁신 연구소 소장)는 직접 관찰한 미시간대의 수업 풍경은 이렇다.

“교수의 발언을 그대로 적는 모습은 거의 없었다. 그보다는 교수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답변하려고 하고 다른 학생들과의 토론에 집중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다보니 교수의 말을 조금이라도 더 잘 듣기 위한 명당자리가 따로 없었다. (중략) 교수가 수업 중간중간에 질문을 많이 하는데, 항상 누군가는 말을 하기에 서울대에서와 같은 어색한 침묵은 거의 없었다.”

이혜정 박사가 최근 출간한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다산에듀)는 서울대생 1100명과 미시간대 학생 1000여명을 설문조사해 한국 대학교육의 문제점을 짚은 책이다. 저자는 당초 ‘보통의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최우등생들의 공부법”을 알아내고자 연구를 시작했으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할수록 “과연 이런 식으로 공부해도 되나”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이라는 서울대가 이렇게 가르쳐도 되나?”라는 걱정이 들었고, 방향을 선회했다고 털어놓는다. 저자는 동기 조절 능력, 과제 관리법, 시간관리법, 수업전략, 리더십 행동, 팀워크행동, 친사회성 등 다양한 항목에 걸쳐 두 대학의 학생들의 답을 들었다.

이를 종합한 결과는 서울대생들의 경우 수용적 사고력이 압도적인데 반해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적 사고력은 이에 못 미친다는 사실이었다. 반면 미시간대 학생들은 비판적ㆍ창의적 사고력에서 앞섰고 3가지의 사고력이 서울대생보다 높은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수용적 사고력이란 상대가 가르치는 내용을 정확히 암기ㆍ이해하는 능력이며 비판적 사고력이란 상대방이 가르치는 내용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다시 들여다보는 능력, 창의적 사고력은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무엇을 새로이 생각해 내는 능력이라고 저자는 정의한다.

자신의 비판적 사고력이 수용적 사고력보다 높다고 답한 서울대생은 조사대상자 중 28.2%에 불과하고 ‘같다’가 7.6%, ‘낮다’가 64.2%였다. 반면 미시간대생은 높다 38%, 같다 21.4%, 낮다 40.6%로 큰 차이를 보였다. 창의적 사고력이 수용적 사고력보다 높다는 대답은 서울대생이 23.2%, 미시간대생 35.3%, 같다는 대답은 각각 6.9%와 22.2%, 낮다는 각각 69.4%와 42.5%였다.

그래서 서울대 최우등학생들은 예습보다는 복습을 중시하고, 토론이나 질문보다는 노트필기에 집중하며, 교수와 생각이 다를 경우 교수의 견해대로 과제 및 시험답안을 제출하는 경향이 강했다. 모든 과목에 비슷한 학습시간을 배분하며, 일정한 성적이 나올 가능성이 클 경우 더 이상의 심화 학습은 포기하는 것도 미시간대생과 달랐다. 팀프로젝트에서는 양 대학 학생 모두에게서 리더십 행동이 강하게 나타났으나, 서울대생은 팀의 최종 결과물 평가를 위해 구성원들에게 ‘능력대로’ 과제를 배분하는 반면, 미시간대생들은 모든 구성원이 공평하게 부담을 나누는 것을 선호했다.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 이혜정 지음 다산에듀

저자는 이러한 비판적ㆍ창조적 사고력의 결핍은 교수들의 수업방식과 평가 기준, 대학 제도의 문제로 기인한 것임을 지적한다. ‘지식소비자를 기르는 교육’ ‘결과를 가르치는 교육’ ‘문제해결력을 중시하는 교육’에서 벗어나 ‘지식생산자를 기르는교육’ ‘과정을 가르치는 교육’ ‘문제발견력을 중시하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래야 한국의 최고 학부나 최고 교육과정에서 ‘관리자’가 아닌 창의적 리더를 배출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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