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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 기자의 화식열전> 3흉(兇)과 3통(痛), 이래서야…
중국 춘추시대 제(齊)는 환공(桓公)의 업적은 춘추오패(春秋五覇) 가운데 으뜸이다. 그런데 그가 죽은 후 나라의 몰락 속도도 가장 빠르다. 명재상 관중(管仲)이 남긴 “3흉(兇)을 경계하라”는 유언을 어기고 세 사람의 간신을 총애한 탓이다.

수초(竪貂)는 환공의 측근이 되려고 스스로를 거세했다. 요리사 이아(易牙)는 환공의 환심을 사기위해 제 자식을 요리해 바친다. 개방(開方)은 위(衛)나라 왕위계승권을 포기하고 환공의 신하를 자청한다. 환공은 이들이 가장 소중한 것을 버리면서까지 충성을 맹세했다며 기특하게 여긴다. 하지만 관중은 가장 소중한 것까지 바치는 이들의 잔인함과 냉정함 뒤에는 큰 탐욕이 숨어있다고 봤다. 이들 3흉은 환공을 굶겨죽인 후, 집권을 위한 내란을 일으켜 국력을 크게 소진시킨다.

요즘 소비자와 국민들은 3통(痛)을 겪고 있는 듯하다. 먼저 소비자 위한다며 만들었다는 단통법이다. 이동통신사 배만 불려준다는 지적이 많다. 휴대폰 제조사들이 국내에서만 비싼 값을 받으며 폭리를 취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물론 이통사와 제조사들은 국내외 사정이 다르다고 해명한다. 서로 잘못이 없다지만, 어떻게 단통법 이후 소비자들이 얻은 혜택은 찾아보기 어려울까? 분통터질 일이다. 휴대폰뿐 아니다. 질소과자, 수입차 열풍, 해외 직접구매 급증은 국내 제조사와 유통사에 대한 분통의 표현이다. 내수 진작이 필요한 우리 경제에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니다.

카카오톡 대화 보관문제는 소비자들의 ‘울화통’이 터지게 한다. 헌법 제17조와 18조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할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사적대화 내용이 암호화되지 않은 채 보관됐다. 공권력의 사적정보 접근도 하위법인 통신비밀보호법이 정한 최소한 범위로 제한되지 않았다. IT강국을 자부하면서 디지털 망명이라니, 이 무슨 망신인가. 국민들이 우리의 통신ㆍ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외면하면 정부가 그토록 외치는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창조경제도 물 건너 갈 수 밖에 없다.

기업이 돈을 벌면 일반 국민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는 낙수효과나, 증세 없는 복지라는 정부의 약속도 결국 빈 말이 됐다. 기업 실적이 악화되면서 벌써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다. 정부 설명이 어떻든 서민들의 세 부담은 늘어났다. 소비자와 국민을 위한다더니, 막상 사정이 급해지자 소비자와 국민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셈이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침통하지 않을 수 없다. 일자리 위협받고, 소비여력 줄어드는데 내수가 어떻게 살아날까?

소비자와 국민의 이익증진 없이는 기업과 나라의 화식(貨殖)도 불가능하다. 오늘날 3통, 흉악(兇)까지는 아니지만 꽤 보기 흉(凶)한 상황이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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