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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설 끓는 부동산경매 키워드는‘수익형’
전문가와 법원 경매법정 가보니…
법정마다 입찰참가자들로 북적
경매 도전하는 젊은이들도 급증
아파트 평균낙찰가율 90.8%
“무리한 낙찰은 저주가 될수도”



지난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4별관 경매법정. 경매8계 경매가 진행됐다. 입찰 마감이 임박한 11시5분께, 법정에 마련된 154자리가 거의 채워져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법원 직원은 “최근 200명 넘게 들어찰 때도 있었다”며 “오늘 이 정도면 많이 들어온 것도 아니다”고 했다.

법원 경매 현장을 강은현 EH경매연구소장과 지켜보면서 최근 경매시장 분위기를 점검해봤다.

이날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물건은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3층짜리 다가구주택 건물이었다. 앞서 두 차례 유찰된 이 물건은 감정가(9억1304만원)에 최저매각가 5억8435만원으로 경매가 시작됐다. 집행관의 호명을 받고 응찰자들이 법정 앞으로 나가자 장내 곳곳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21명이나 경합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낙찰의 기쁨은 7억5499만원을 적어낸 한 응찰자에게 돌아갔다.

지난 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경매법정 모습. 빈 자리를 찾지못해 통로에 서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헤럴드DB]

그러자 한 남성이 곧바로 차순위매수신고를 했다. 차순위매수신고는 최고가 매수신고인(낙찰자)가 40일 내에 매각대금을 내지 않으면, 그의 지위를 본인이 승계하겠다는 의사 표현이다. 강은현 소장은 이 장면을 보면서 “이렇게 경쟁이 치열한 물건에서 낙찰자가 매각대금을 내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차순위매수신고를 한 남자가 저 물건이 정말 갖고 싶은 모양”이라고 했다.

이처럼 최근 경매시장에서 아파트 이 외의 다세대·다가구 주택이나 상가 같은 수익형 부동산의 인기도 뜨겁다. 강 소장은 “사당동 다가구주택은 위치가 좋아서 임대수익을 올리거나 아예 그 자리에 새 건물을 세우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경매서 매각된 21건 중 12건이 소위 수익형 부동산이었다.

이날 경매법정에서 젊은 사람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이들과, 신혼부부로 보이는 남녀 등이 15명 남짓 보였다. 일부는 직접 경매에 참여했고, 법정 분위기나 낙찰되는 가격을 꼼꼼히 적는 이들도 있었다. 강 소장의 설명에 따르면, 이들은 대부분 경매 실습을 위해 찾아온 학원 수강생들이다. 하지만 직접 정보를 수집한 뒤 ‘미래가치’가 있는 물건 경매에 도전하는 젊은이들도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다.

한편, 경매시장에서 아파트의 인기도 여전했다. 이날 새 주인을 찾은 아파트는 모두 5건. 대개 중대형이고 200㎡(전용면적)가 넘는 아파트도 있었다.

감정평가액을 초과한 가격에 낙찰자가 결정되기도 했다. 한도미도맨션은 감정가는 23억원이지만, 23억4500만원을 쓴 낙찰자에게 돌아갔다. 이날 처음 경매 물건으로 나온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아파트도 감정가(13억원)보다 1160만원 높은 가격에 낙찰가가 정해졌다. 이들이 감정가 이상으로 ‘배팅’한 것은 앞으로 해당 아파트 가격이 더 오를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 최근 경매시장에서 낙찰가율은 오름세다. 지지옥션 통계에 따르면, 이달 법원 경매에 부쳐진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90.8%였다. 특히 재건축 대상 단지가 산재한 강남구는 10월 평균 낙찰가율이 100.3%로,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강 소장은 “감정가액 이상 적어낸 뒤 낙찰되면 당장 짜릿함을 맛보겠지만, 만에 하나 앞으로 주택시장이 침체돼서 가격이 떨어지면 오늘의 낙찰은 저주가 될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박준규 기자/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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