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뜨거운 경매시장, 키워드는 ‘수익형 부동산’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지난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4별관 경매법정. 경매8계 경매가 진행됐다. 입찰 마감이 임박한 11시5분께, 법정에 마련된 154자리가 거의 채워져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법원 직원은 “최근 200명 넘게 들어찰 때도 있었다”며 “오늘 이 정도면 많이 들어온 것도 아니다”고 했다.

법원 경매 현장을 강은현 EH경매연구소장과 지켜보면서 최근 경매시장 분위기를 점검해봤다.

이날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물건은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3층짜리 다가구주택 건물이었다. 앞서 두 차례 유찰된 이 물건은 감정가(9억1304만원)에 최저매각가 5억8435만원으로 경매가 시작됐다. 집행관의 호명을 받고 응찰자들이 법정 앞으로 나가자 장내 곳곳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21명이나 경합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낙찰의 기쁨은 7억5499만원을 적어낸 한 응찰자에게 돌아갔다.

그러자 한 남성이 곧바로 차순위매수신고를 했다. 차순위매수신고는 최고가 매수신고인(낙찰자)가 40일 내에 매각대금을 내지 않으면, 그의 지위를 본인이 승계하겠다는 의사 표현이다. 강은현 소장은 이 장면을 보면서 “이렇게 경쟁이 치열한 물건에서 낙찰자가 매각대금을 내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차순위매수신고를 한 남자가 저 물건이 정말 갖고 싶은 모양”이라고 했다. 

지난 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경매법정 모습. 빈 자리를 찾지못해 통로에 서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처럼 최근 경매시장에서 아파트 이 외의 다세대·다가구 주택이나 상가 같은 수익형 부동산의 인기도 뜨겁다. 강 소장은 “사당동 다가구주택은 위치가 좋아서 임대수익을 올리거나 아예 그 자리에 새 건물을 세우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경매서 매각된 21건 중 12건이 소위 수익형 부동산이었다.

이날 경매법정에서 젊은 사람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이들과, 신혼부부로 보이는 남녀 등이 15명 남짓 보였다. 일부는 직접 경매에 참여했고, 법정 분위기나 낙찰되는 가격을 꼼꼼히 적는 이들도 있었다. 강 소장의 설명에 따르면, 이들은 대부분 경매 실습을 위해 찾아온 학원 수강생들이다. 하지만 직접 정보를 수집한 뒤 ‘미래가치’가 있는 물건 경매에 도전하는 젊은이들도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다.

한편, 경매시장에서 아파트의 인기도 여전했다. 이날 새 주인을 찾은 아파트는 모두 5건. 대개 중대형이고 200㎡(전용면적)가 넘는 아파트도 있었다.

감정평가액을 초과한 가격에 낙찰자가 결정되기도 했다. 한도미도맨션은 감정가는 23억원이지만, 23억4500만원을 쓴 낙찰자에게 돌아갔다. 이날 처음 경매 물건으로 나온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아파트도 감정가(13억원)보다 1160만원 높은 가격에 낙찰가가 정해졌다. 이들이 감정가 이상으로 ‘배팅’한 것은 앞으로 해당 아파트 가격이 더 오를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 최근 경매시장에서 낙찰가율은 오름세다. 지지옥션 통계에 따르면, 이달 법원 경매에 부쳐진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90.8%였다. 특히 재건축 대상 단지가 산재한 강남구는 10월 평균 낙찰가율이 100.3%로,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강 소장은 “감정가액 이상 적어낸 뒤 낙찰되면 당장 짜릿함을 맛보겠지만, 만에 하나 앞으로 주택시장이 침체돼서 가격이 떨어지면 오늘의 낙찰은 저주가 될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강은현 소장은 뜨거운 분위기만 전해 듣고 경매시장에 무턱대고 뛰어드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단독으로 응찰했는데도, 최저가보다 훨씬 비싼 가격을 적는다든지 경합에서 최고가와 2위의 가격이 2~3억원씩 벌어지는 것은 경매 전략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경매시장이 활발하다지만, 입찰에 적어 낼 금액은 철저한 시세조사를 토대로 보수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whywh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