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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스퍼스 부활 이끈‘초구 샷’
오성규의 업그레이드 3쿠션
딕 야스퍼스. 3쿠션 당구계 4대 천왕 중 한명으로, 블롬달 전성시대에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떠오르며 경쟁구도를 만들어 캐롬 당구 경기의 재미를 느끼게 해 준 인물이다. 올 9월 포르투칼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그가 우승했다. 명성에 걸맞지 않게 무려 3년만에 거둔 우승이다.

3년 전 아지피 마스터스 대회에서 개인적으로는 친구처럼 지내는 야스퍼스와 이야기 할 기회가 있었다. “헤이 딕~, 요즘 성적이 잘 안 나오는데 무슨 일 있어?” “윌리엄(필자의 영어이름). 사실 요즘 와이프와 이혼 문제로 고민 중이야.아이들 양육비도 책임져야 하고 여러 가지로 심정이 복잡해.” “딕, 많이 힘들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 잘 풀릴 거야 힘내.”

필자는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이 아팠다. 많은 우승 기록을 가진 세계 최고의 선수가 가정 문제로 고민하고 이후의 경제적인 문제까지 고민을 해야 하는 여러 상황들이 이해가 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뿐이었다. 스포츠, 특히 당구에서 선수에게 가장 큰 적은 심리적 불안감이다. 어떤 문제이건 마음속에 무언가 불안한 요소가 남아있다면 경기에서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어려움을 마침내 이겨낸 야스퍼스는 필자가 아는 선수들 중 누구보다도 자기 관리에 충실한 선수다. 세계 어느 대회에 나가더라도 아침마다 러닝을 하는 등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언제 잘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믿음이 간다.

이번 포르투칼 월드컵에선 그 진가가 오랜만에 발휘됐다. 8강전에서 베트남의 강자 트란퀴엣 치엔에게 10점 이상 지고 있었고 상대방도 2점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역전극을 펼치며 승부를 승부치기까지 몰고갔다. 승부치기란 축구의 승부차기처럼 동점으로 끝난 상황에서 초구를 놓고 많이 치는 선수가 이기는 방식이다. 딕 야스퍼스 선수는 승부치기 초구에서 무려 9점을 득점하며 승리했다.

그림에 나와 있는 것이 바로 캐롬경기에서 초구의 배치다. 이 배치가 경기 시작과 함께 시도하는 공이며, 또 무승부 상황에서 다시 배치되는 형태다. 이를 시작으로 얼마나 연속적인 득점을 하느냐가 결국 승부를 결정짓는다.

지난 4월 터키 월드컵에서 성사된 최성원과 조재호 간의 결승에선 후구에 무려 8점을 친 조재호가 승부치기에서 역전승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도 실은 조재호가 이전 대회에서 겪은 실수를 거울 삼아 초구 훈련을 자주 한 덕에 나온 극적인 장면이다.

독자 입장에선 왜 이 쉬운 공을 이야기 하는지 의문을 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배치가 절대 쉬운 공이 아님을 다시 말씀드리고 싶다. 난다 긴다 하는 선수들도 승부치기에서 초구를 아예 맞히지도 못하는 경우도 자주 나온다. 긴장된 상황에서 실수를 줄여주는 것은 결국 평소의 훈련량이다.

이 배치는 테이블 상황이나 공의 마찰력까지 고려해서 타점과 스트로크를 결정해야 하기에 여러 상황에서 쌓은 경험이 뒷받침돼 있어야 확실히 공략할 수 있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길게 나오는 테이블이나 공에서는 회전을 줄이고 최대한 내공의 속도를 느리게 해야 득점과 포지션이 가능하고, 짧은 테이블에서는 적절한 회전력과 약간의 속도가 있어야만 한다. 당구를 잘 치고 싶은 사람은 초구 훈련을 많이 함으로써 실력을 키울 수 있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가정 문제로 인한 심리적인 불안은 결코 극복하기 쉽지 않은 과제였지만 지난 3년간 서서히 풀어가며 자기 자리로 돌아온 딕 야스퍼스 선수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오성규 코줌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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