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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세월호특별법 진통이 우리 사회에 남긴 교훈
정국의 블랙홀로 작용해온 세월호 특별법 제정 협상이 30일 여ㆍ야ㆍ유족 대표 3자 회동을 통해 사실상 타결됐다. 합의내용은 지난달 19일 여야 원내대표간 2차 합의안에 플러스 알파를 한 것이다. 2차 합의안은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ㆍ기소권을 부여하지 않는 대신 여당 몫 2인의 특별검사 후보 추천에 야당 및 유족의 사전동의를 받도록 했다. 유족 대표가 참여한 최종 합의안에서는 특별검사추천위가 여야와 유족이 합의해 추천한 4명의 특검후보 중 2명을 최종 후보자로 결정하는 방안 등이 협상안으로 제시됐다. 세월호 가족대책위가 29일 심야 유가족 총회를 열어 최종 합의안 동의를 받아냄으로써 돌파구가 열렸다. 이로써 지난 4월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무려 다섯달 반 만에 진상조사를 위한 첫발을 떼게 됐다.이와함께 야당의 국회 보이콧으로 지난 한 달간 이어져온 정기국회 공전과 150일 간의 ‘입법제로’ 상황도 해소됐다.

여야가 지난 26일 국회 본회의 법안처리 무산에 따른 책임공방 싸움에서 벗어나 협상채널을 신속히 복원하고 유가족들이 수사ㆍ기소권 주장을 거둬들이면서 세월호법 협상이 마침표를 찍은 것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여당은 형사법 체계를 흔들지 말아야 한다는 명분을 지켜냈고 야당과 유가족측은 특검의 독립성 확보로 실체적 진상규명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살려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한편으로 허탈감도 드는 게 사실이다. 이처럼 쉬운 길을 놔두고 두 달 이상 걸리는 먼 길을 돌아왔다는 자괴감이 밀려오는 것이다. 애초부터 야당은 유가족의 뜻을 살펴 협상에 나섰어야 했다. 1차 합의안이 파기된 후 2차부터라도 여야와 유가족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는 3자 회동 형식을 취했다면 소모적 정쟁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정치권과 우리 사회는 세월호법 제정을 둘러싼 지난 수개월간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정치권은 사회 갈등의 조정자 역할을 하기는 커녕 잠복돼 있는 이념ㆍ세대ㆍ계층ㆍ지역별 분열을 부추기는 잘못을 저질렀다. 이에따라 국론은 분열됐고 화급한 민생법안은 뒷전으로 밀려나 버렸다. 일부 유가족들은 엇나간 증오의 표출로 국민의 공감대에서 멀어졌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사회적 약자를 껴안는 모성의 리더십이 필요한 국면에서 ‘법과 원칙의 수호자’라는 가부장적 리더십을 내보이면서 국민통합의 정치력에 심각한 의문을 남겼다. 세월호법 진통은 우리 사회에 갈등 치유 기제를 한시바삐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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