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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기자들도 모르는 단통법, 우리도 ‘호갱’입니까?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공식은 그럴싸하게 만들어졌지만 대입 값을 넣었을 때 답이 쉽게 도출되지 않습니다. 일종의 고차원 방정식입니다. 상위 10%만이 정답을 맞출 수 있을 정도로 헷갈립니다. 객관식이 아니라 더 그렇습니다. 바로 단통법 이야기입니다. 시행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부처간의 소통부재로 시행뒤 후폭풍도 우려됩니다.

빗줄기가 내리는 29일 오후 5시, 방통위 정보교육장에선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를 비롯한 정책담당자와 기자들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에 대한 스터디를 진행했습니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기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종의 사례집인 ‘Q&A’를 각각 만들어 배포했습니다. 기자들이 헷갈리면 소비자는 더 헷갈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Q&A’에는 다양한 질문과 답변이 담겨 있습니다. 지원금 규모를 정한 이유와 실제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요금인하 혜택, 그리고 자급제폰 요금할인 등이 사례별로 포함됐습니다. 미래부 류제명 과장은 이용규모가 가장 큰 중저가 요금제 사용자들의 혜택을 강조했고, 오남석 방통위 과장은 상한선 설정 이유와 긴급중지명령 등에 대한 효력을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기자들의 질문은 봇물 같이 터졌습니다. 정책담당자와 기자들 역시 단통법에 고시된 내용과 Q&A 내용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 사례를 수식에 대입하니 답을 도출하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3년 사용하던 단말기를 가지고 가면 내 요금제를 해지해야 하고 새로 족쇄를 채워야 하나”, “쓰던 단말기가 있는데, 누군가에게 새 단말기를 선물 받았을 경우엔?” 등 실제 소비자들이 겪어야 할 앞으로의 상황들이었습니다. 기자들 역시 문 밖에 나서는 순간 ‘고객’이 되기 때문입니다. 


웃지못할 상황은 방통위 국장이 만들었습니다. 방통위 국장이 미래부 국장에게 소비자 입장에서 질문을 던진 것입니다. 기자들도 웃으면서 지켜봤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웃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단말기 지원금과 요금제 상한액 설정을 각 부처에서 정하고 고시했지만, 장벽이 존재하는 현실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 상황이었습니다.

미래부 과장조차도 헷갈려 담당자에게 맞는지 확인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담당자는 정확히 알고 있었지만, 그 과정을 지켜보는 기자의 속내는 편치않았습니다.

고객으로서 기자들도 답답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단통법 성공에 자신이 없습니다. 문을 나서며 공부 부족이라며 자신을 탓하는 기자들도 있습니다.
제도를 어렵게 만든건지, 소비자의 이해력이 부족한 것인지 조차 판단이 서질 않습니다. 미래부와 방통위가 마련한 민원창구 상담원들은 정확한 해답을 알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점은 정체된 시장에 허기진 영업소 직원들은 모두의 머리 위에 서 있을 것이란 사실입니다.

다음달 1일 단통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이 자리에서 나온 질문과 사례들 보다 무수히 많은 상황들이 연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소비자들은 이미 아우성입니다. 이통사의 주가도 뛰고 있습니다. 정부는 바람직한 모델을 만들었다고 자신하지만, 현실은 반대의 방향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단통법이 출발부터 불안한 이유입니다.

기자의 단말기도 출시된지 2년이 지난 구형폰입니다. 이 자리에서 문득 떠올랐습니다. 새 단말기로 교체하기 위해 찾아간 영업소에서 직원이 “왜 이해를 못하십니까?”라며 면박을 주는 모습입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도 공부를 하겠지만, 대다수가 우등생이 아닌 열등생입니다. 단통법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2년간 더 많은 통신비를 부담해야 하진 않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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