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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 기자의 화식열전> 조직잠재력 끌어올리는 ‘노래’의 힘
기원전 685년 춘추시대 중국 산동성(山東省) 몽음현. 노(魯)나라 군사들의 전차(戰車)들이 나는 듯이 관중(管仲)을 추격중이었다. 그가 제(齊)로 귀국하면 노나라에 위협이 될 게 뻔해서다. 속도가 느린 관중의 수레가 잡히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이 다급한 때에 관중은 노래 하나를 급히 지어 수행원들에게 가르쳤다. ‘황곡(黃鵠)의 노래’다. 자신이 곧 큰 뜻을 펼칠 인물임을 새장에 갇힌 고니에 비유해 가사에 담았다. 수행원들은 이 노래를 듣고 관중을 구하면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모두 함께 노래를 힘껏 부르자 관중의 수레 속도는 배가 됐고, 결국 노군의 추격을 따돌렸다.

20년 후인 기원전 665년. 제 환공(桓公)의 재상으로 천하를 제패한 관중은 산융(山戎)이라는 북방 이민족 정벌에 나선다. 하지만 워낙 오지(奧地)인데다 산세까지 거친 험지(險地)여서 군사들이 너무 힘들어했다. 지리에 익숙한 산융군의 급습을 받아 언제 지리멸렬할지 모를 위기였다. 관중은 급히 ‘상산가(上山歌)’와 ‘하산가(下山歌)’라는 노래 두 곡을 지었다. 군사들이 함께 이를 노래하자 마치 거짓말처럼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고, 결국 험지를 벗어나 뒤이은 전투에서까지 승리했다.

관중은 이를 “육체를 지나치게 쓰면 정신이 피곤해지며, 심신이 즐거우면 육체의 피로를 잊게 마련이다. 육체의 피로를 잊게 하는 데는 노래가 가장 좋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국가(國歌)는 물론 군가(軍歌), 교가(校歌), 사가(社歌) 등 거의 모든 단체에, 집단적 노래문화의 뿌리가 깊다. 압축성장의 높은 피로를 노래로 덜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작사, 작곡인 ‘새마을 노래’는 한국판 ‘황곡의 노래’다.

기업 경영에서도 ‘노래’의 역할은 크다. 같은 얘기를 거듭 반복하면 ‘노래한다’고도 한다. 운율이라는 매개만 없을 뿐 집단 동기부여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달하는 ‘노래’들은 상당한 성과를 내왔다. 이름 붙이자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신경영가(歌)’와 ‘마하(Mach)경영의 노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품질제일가’, 구본무 LG 회장의 ‘일등LG가’ 등은 ‘명곡’들로 꼽을 만하다. ‘노래’도 화식(貨殖)의 중요한 수단인 셈이다.

요즘 최신곡으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연말 발표한 ‘100년 삼성가’가 있다. 이 곡은 올해 허창수 GS회장의 ‘100년 장수, 혁신’에도 영감을 준 듯하다. LG전자를 회생시키고 있는 구본준 부회장의 ‘독한 LG’는 최근 구자열 LS 회장의 ‘독한 LS’로 리메이크 되기까지 했다. 이 곡들의 성공 여부, 결국 이들 기업의 성쇠와 직결될 듯 하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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