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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이강운> 꽃과 나비의 향연장된 쓰레기매립지
아름다운 계절 가을이다. 어디든 떠나고 싶다면 아시안게임이 한창인 인천으로 가 보자. 이번 대회는 성화가 꺼지는 바람에 국제적 망신을 당하고, 매끄럽지 못한 대회 진행 등으로 당초 호언한 ‘퍼펙트 아시안게임’이 되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 그러나 이런 아쉬움을 달래기에 충분한 이벤트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아시안게임 대회에 맞춰 드림파크에서 열리고 있는 국화 축제와 곤충 생태 체험 축제가 그것이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국화를 주제로 매년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아시안게임을 맞아 꽃과 가장 궁합이 맞는 나비 축제도 함께하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하는 아이디어로 국화와 곤충의 향연을 연 것이다.

쓰레기 매립지는 악취와 오염물 때문에 모두가 피하고 싶어 하는 혐오시설이다. 그러나 이제는 국화 향 그윽하고 꽃과 나비가 넘쳐나는 아름다운 공원으로 바뀌어 축제 한마당이 한창이다. 버려진 황폐한 공간에 자연을 입히니 여느 문화 예술 행사보다 빛나고 멋진 자리로 거듭난 것이다.

가을 느낌이 한껏 풍성해진 요즘, 빨갛고 하얗고 노란 색깔로 곱게 단장한 국화 길을 걷다보면 천상의 구름 길을 걷는 듯 기분 좋은 착각이 들 정도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광활한 꽃 물결은 일상에 지친 눈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고, 꽃 속에 푹 파묻혀 한 컷 사진을 찍으면 누구나 꽃미남 꽃 미녀가 된다.

자녀들의 자연ㆍ생태 공부에도 그만이다. 고치나 번데기에서 막 날개를 달고 나오는 꼬리명주나비와 유리산누에나방을 보면서 생명 창조의 신비감도 느낄 수 있다. 먹고 먹히는 버들치와 게아재비의 싸움 등 긴장감 넘치는 물속 생태계를 직접 볼 수도 있고 치열한 생존 전략을 펼치는 사마귀, 딱정벌레를 자세하고 관찰할 수 있다. 쉽게 접할 수 없는 멸종 위기곤충인 붉은점모시나비, 물장군과 애기뿔소똥구리도 만날 수 있다.

특히 요즘 사회적 이슈가 됐던 해남의 풀무치와 한 낮에도 시내를 날아다니며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밤나무산누에나방, 평창에서 29일 개막된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CBD COP12)의 스타생물로 지정 된 왕오색나비의 애벌레 관찰도 흥미로운 경험이다.

인위적인 소재가 아닌 자연물로만 순수하게 조성한 환경친화적 축제의 장이라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외국의 방문자들도 ‘원더풀’을 연발하고 있다. 꽃을 쫓아 날아다니는 아름다운 나비로 가득한 정원을 거닐던 노부부는 “여기가 천국이 아닌가”라는 감탄사를 내 뱉는다. 꽃과 꽃에 접목한 나비라는 자연물로만 순수하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생태 관광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작은 공간 하나만으로 환경 전체를 이야기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생태계 내에서 일어나는 먹이사슬과 단순하지만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자연의 여러 요소가 얽혀있어 재미를 더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특별히 볼거리도 없고, 한류 스타들의 콘서트장 뿐이라며 비아냥거리는 중국과 일본 언론은 꽃과 나비로 조성한 세련되고, 수준 높은 환경친화 축제에 가보길 권한다.국화와 곤충 생태 체험 축제는 평창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도 지구 생물 보존의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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