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현장에서> 상가 권리금 보호 방안, 임대인 임차인 모두에 부담?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임차인끼리 주고받는 권리금에 대해 자세히 알려하지 않았는데 확인해야겠습니다.”

정부가 24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상가 임차권 및 권리금 보호 방안을 내놓자 건물주(임대인)들은 크게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정부는 임대인에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과 계약을 체결하도록 ‘협력의무’를 부과하고, 권리금 회수 방해 행위를 했다고 판정되면 ‘손해배상책임’을 물릴 계획이다.

당장 임차인이 거래한 권리금 내역을 확인하겠다는 임대인이 늘어날 태세다.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있는 상가 주인인 곽모씨는 “임차인들이 권리금을 얼마에 거래했는지 모르고 지냈다”며 “권리금을 확인하고 향후 어떻게 해야할지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권리금이 있는 상가는 전체 상가의 55% 수준이다. 이중 임대인이 직접 권리금을 받는 비율은 4%에 불과해 전체 상가 임대차 시장에선 2%에 머문다. 대부분 시장에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권리금으로 문제를 일으킬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 모든 임대인은 임차인 권리금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에 권리금에 대해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이는 자칫 임대료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임대인 입장에서 높은 권리금은 임차인이 그만큼 주고도 운영을 할 수 있는 ‘여유’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이는 임대료 인상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적정 권리금 산정 여부를 두고도 논란이 예상된다. 권리금은 임차인의 호가(부르는값)로 형성돼 있다. 실제 주고받는 금액은 훨씬 낮을 것이라는 게 대부분 상가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정부가 손해배상 기준을 만들고 감정평가를 하겠다고 하지만 얼마나 객관적일지 장담하기 어렵다.

임차인간 거래되는 권리금이 노출되면 세금 부담이 생긴다. 현행 소득세법에서 권리금은 기타 소득으로 과세 대상이다. 따라서 임차인은 이를 공식적으로 밝히길 꺼릴 수밖에 없다. 정부가 보급 예정인 ‘상가 권리금 표준계약서’가 제대로 쓰여질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 표준계약서 사용은 의무가 아닌 권고여서 실효성이 떨어진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영세 임차인을 위한 대책이라고 내놓았다. 하지만 임대료 상승이나 세금 부담 등 부작용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임차인에게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실효성을 높이고 임대인과 임차인이 모두 수긍할 만한 대책을 위해서는 아직 따져봐야할 문제가 많다.

/jumpcut@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