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없이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던 박근혜정부가 늘어나는 복지비에 세수 부족에 시달리는 가운데 ‘증세’에 나섰다. 이를 두고 찬반이 뜨겁다. 복지에는 공짜가 없다. 복지를 늘리려면 세금을 더 거둬야 함은 당연하다. 이제 정부와 국민은 ‘복지=세금’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인정하고, 부족한 복지재원을 누구로부터 어떻게 거둘 것인지를 고민할 때다.
첫째, 세율 인상에 앞서 세원(과세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세수는 ‘과세대상×세율’로 계산된다. 이 중 세율을 경쟁국보다 높게 유지하면 국제경쟁력이 떨어지고 조세저항에 부닥친다. 반면 세원을 확대하면 공평과세를 실현하면서 세수도 확보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법인세는 투자유치, 국제경쟁력, 기업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함부로 법인세율을 올려선 안 된다. 더구나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부담률은 3.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2.9%)을 웃돈다. 그러나 GDP 대비 소득세 부담률은 3.6%로서 OECD 국가 평균(8.4%)에 비해 월등히 낮다. 이는 소득세 최고세율(38%)은 OECD 국가 평균(35.8%)보다 높은데 비해, 탈세와 비과세ㆍ감면 등으로 과세대상(세원)에서 빠져나간 소득이 많음을 시사한다. 앞으로 증세는 세율인상보다 고소득층 중심으로 과세대상을 넓혀 소득세 비중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둬야한다.
부가가치세율을 1%포인트 인상하면 연 5조원의 세수가 늘어난다. 또 우리나라 부가가치세율(10%)이 유럽 국가의 평균 세율(20%대 중반)보다 월등히 낮은 것도 세율인상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소비’에 과세되는 부가가치세는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세 부담을 지는 ‘역진성’이 단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경제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조세저항 없이 막대한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효율성이 최대 장점이다. 앞으로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세율인상이 불가피하다면 부가가치세가 최적이라 할 수 있다.
둘째, 간접세보다 직접세 증세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정부의 증세는 세 부담이 소득에 역진적인 간접세인 담뱃세, 소득의 크기와 관계없이 부담금액이 일정한 주민세, 자동차세 등 서민증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증세순서가 잘못됐다. 직접세인 소득세 위주로 증세를 강화해야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의 세 부담이 늘어난다.
셋째, 고소득층의 탈세를 막고, 비과세ㆍ감면을 줄여야 한다. 정부는 고소득층이 차명계좌, 간이과세제도, 지하경제를 이용해 탈세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법과 제도의 정비에 나서야 한다. 특히 느슨한 과세 망으로 인해 과세대상에서 빠지거나 분리과세 되고 있는 주식양도소득, 배당소득, 채권관련 소득, 부동산임대소득 등 고소득층의 재산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
정부가 지금처럼 복지를 계속 늘리려면, 일방적이고 편협한 방법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본격적인 증세에 나서야한다. 국민 전체의 공평한 세 부담과 재정건전성을 고려한 장기적인 증세방안과 증세순서를 떳떳하게 국민과 야당 앞에 내놓고 이들을 설득하고 사전 동의를 구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일방적이고 편협적인 방법으로 서민 호주머니를 쥐어짜는 ‘꼼수증세’는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