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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민재형> 현대차의 통큰 베팅, ‘승자의 저주’ 안되려면
현대자동차의 배포에 놀란 것은 필자뿐이 아닐 것이다. 현대차의 한전부지 낙찰소식은 승자의 저주라는 표현을 시장에 다시 등장케 했다. 실제로 발표 당일 현대차의 주가는 9.17% 빠졌고, 컨소시엄을 형성한 기아차와 현대모비스의 주가도 각각 7.80%, 7.89%씩 빠졌다. 고가 인수에 따른 시장의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기존의 인수합병 역사를 보면 인수기업은 유동성 문제로 많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반면, 피인수기업은 짭짤한 재미를 본 사례가 많다.

인수합병 시 검토해야 할 체크리스트는 다섯 가지다. 첫째, 인수의 목적이다. 목적은 대외적 명분과 내부적 실리로 나뉜다. 명분이란 주주, 종업원, 시장, 지역사회 등 여러 이해관계자를 설득할 수 있는 스토리다. 30개 그룹사가 같이 할 공간이 필요하고, 현재 분산돼 있는 계열사들의 빌딩 임차료만 해도 막대한 금액인데 그것을 줄일 수 있고, 또 삼성동 땅값의 증가 추이로 보아 백년대계를 생각하면 10조5500억원이라는 인수가격이 그리 큰 금액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울러 독일의 아우토슈타트와 같은 자동차 복합문화단지를 조성해 강남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포부 등이 바로 이해 관계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이다. 실리는 현대차의 속내이다. 부지를 인수해 개발 및 유지비용 모두를 제하고도 지금보다 건강한 재무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어야 한다. 

둘째, 인수대상에 대한 가치평가다. 모든 협상과 경쟁적 입찰에서는 항상 유보가격(reservation price)을 생각해 둬야 한다. 유보가격이란 인수와 인수포기가 무차별해지는 가장 높은 입찰가격을 말한다. 인수대상의 가치가 부풀려 지는 것은 인수대상에 대한 집착 때문이다. 그 집착이 논리적인 근거에 의해 지원된 것이라면 집착은 당위적 결정이 된다. 하지만 최고경영층 몇 사람의 개인적 욕망이나 경쟁심에 의한 집착이라면 후회스러운 결정이 되기 쉽다. 정몽구 회장의 판단이 집단사고(group think)에 매몰되지 않은 당위적 결정이었기를 바란다.

셋째, 역지사지 태도다. 경쟁자와 인수대상의 입장에서 문제를 재차 삼차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라는 말이 있다. 객관적으로 동일한 문제 상황이라도 내가 무엇을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문제는 달라 보이게 된다.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해결책을 위해서는 문제를 내 입장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이의 입장에서도 바라보는 평정심이 필요하다. 입장을 바꾸어 문제를 바라보았는데도 대답이 동일하다면 그것은 후회 없는 대답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넷째는 인수자와 피인수자의 화학적 결합이 무리 없이 진행될 수 있느냐이다. 이 질문은 인수대상이 기업이 아니라 부지이니 생략하기로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따로 살던 30개 계열사가 한 지붕 아래 살면서 나타날 수 있는 물리적, 문화적, 지배구조적 충돌 문제를 미리 생각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는 현대차가 이번 인수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믿음을 시장에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믿음이야말로 천문학적인 낙찰가에 놀란 시장을 이해시키고 승자의 저주 가능성을 불식시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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