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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인사이트-이해인> 의리의 덴마크 바이어, 단단한 껍질 뚫어라
덴마크에 정착한지 1년이 지난 지금도 간혹 상점에 가서 무뚝뚝하거나 불친절한 점원을 만나게 되면 놀라곤 한다. 덴마크인조차 덴마크에는 서비스가 없다고 할 정도이니 별로 놀랄 일은 아니다. 덴마크인은 친절한데, 왜 서비스는 불친절할까?

상점의 점원은 물건을 찾고 결제하는 것을 도와주면 되고, 은행원은 정해진 업무만 처리하지 친절함을 업무 처리의 표준요건으로 삼지 않는다. 굳이 친절함으로 서비스에 차별을 둘 만큼 시장의 경쟁이 치열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서비스업종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덴마크 시장은 공급자 중심의 시장이다. 구입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의 종류가 상대적으로 제한돼 있다. 한국에서는 과자를 하나 구입하려고 해도 종류가 너무 많아 무엇을 살 지 고민하지만, 덴마크에서는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산업용 제품이나 전문가용 제품에서도 굳이 잘 팔리는 브랜드가 있는데 신규 제품을 들여올 필요가 있겠냐며 기존 거래선을 유지한다. 

모든 공급자가 암묵적으로 사회적 저경쟁 문화를 유지할 경우, 영업시간을 늘여서라도 매출을 증가시키려는 유인이 감소한다. 대형 기업과 기업형 소매점의 영업시간을 규제하는 법령도 한몫을 했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오후 6시 이후나 토요일 오후, 일요일에 물건을 사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던 덴마크 시장이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는 덴마크에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정부는 영업시간 규제 정책을 거의 포기했고, 대형 유통업체는 연중 무휴, 오후 10시 또는 자정까지 영업하는 점포 수를 늘리고 있다.일반 영세상인이나 중소업체도 영업 시간을 확대하고 있다.

기업들은 새로운 상품을 찾고자 눈을 돌리고 있다. 매출증대와 비용절감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품질을 외치며 유럽, 미국기업과 거래하던 덴마크기업들이 새로운 거래선을 발굴하고자 한다. 한국은 이러한 바이어에게 좋은 시장이다. 중국에 대한 이미지는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됐다 하더라도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 그러나 한국은 기술적으로 안정적이면서도 유럽 제품에 비해 비용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시각이다. 이러한 시장 변화는 우리에게 중요한 기회다. 의리를 중시하고 한번 튼 거래선과는 안정적이고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덴마크 바이어는 처음 거래를 트기까지가 어렵지, 한번만 거래를 트면 순풍에 돛단 배와 마찬가지다. 친구가 되기가 어렵고, 한번 그 껍질을 뚫고나면 한없이 가까워진다 해서 덴마크인을 코코넛 같다고 하는데, 상거래의 도덕도 이와 마찬가지다.

인구 560만의 소국으로 치부되기도 하는 덴마크는 사실 스칸디나비아국과 독일로 향하는 관문이다. 덴마크 바이어는 일반적으로 이들 지역에 모두 공급하곤 한다. 따라서 공들여 시장을 뚫자니 그 규모가 너무 작아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우리 기업들은 덴마크 시장을 다시 한 번 뒤집어볼 필요가 있다.

제품의 기술경쟁력, 안전성, 편리성 또는 실용성, 디자인 이 네 가지는 덴마크인이 중요시하는 요소이다. 제품의 종류와 용처에 따라 요소별 중요성이 달라질 수는 있겠으나, 이러한 요소를 갖춘 제품을 가진 우리 기업이라면 인내심과 자신감을 갖고 덴마크 시장의 문을 두들겨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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