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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 삼청동을 거닐 시간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삼청로 갤러리들이 일제히 문을 활짝 열었다.

8월 휴가철 몇주 동안 문을 닫고 ‘전시 준비 중입니다’ 간판을 걸었던 갤러리들이 가을을 맞아 일제히 전시회 간판으로 바꿔 달고 관람객 맞이에 한창이다. 더욱이 대관 형식의 짧은 개인전이 아닌 한달 이상되는 대형 기획전과 초대전으로 갤러리 전관을 채우는 등 야심차게 마련한 전시가 대부분이라 눈길을 끈다.

가을 햇살 가득한 삼청로와 북촌로 일대 주요 갤러리들을 ‘전시 투어’하며 여유로운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국제갤러리 3관에 걸린 이우환의 작품들 (사진 김상태). [사진제공=국제갤러리]

▶갤러리현대, 전준호 (8월 29일~9월 28일)ㆍ심문섭 개인전(9월 3일~27일)=삼청로 전시회 투어는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갤러리현대에서부터 시작된다. 신관과 본관에서 해외 유수의 비엔날레가 주목한 작가인 전준호(45)와 심문섭(71)의 개인전이 각각 열리고 있다.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에 선정된 전준호 작가는 ‘그의 거처’라는 타이틀의 개인전에서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 영상ㆍ설치 작업을 통해 실존적 문제를 심도있게 접근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한국 현대조각의 대가로 불리는 심문섭 역시 1971년 파리비엔날레를 시작으로 1995년, 2001년 베니스비엔날레 전시를 통해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은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나무, 돌을 소재로 한국적 조형미를 담은 조각 작품과 더불어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개되는 회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중국 작가 마류밍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학고재갤러리. [사진제공=학고재]

▶금호미술관, 신상호 설치전 (8월 28일~9월 28일)=생활 도자부터 조형, 평면, 건축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확장해 온 도예가 신상호(67) 작가가 ‘사물의 추이(Vicissitude of things)’라는 타이틀로 금호미술관 초대전을 통해 본격적으로 설치 작품들을 선보였다. 작가는 한국이 처한 현실, 미술계와 미술교육의 현실에 대해 직접적인 문제 제기를 하기 위해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을 대거 내놨다. 특히 이달 18일부터 10월 5일까지는 인근 이화익갤러리에서, 이달 12일부터는 압구정로 예화랑에서도 12간지를 소재로 한 ‘민화’ 시리즈 근작 등을 선보이는 전시가 열리는 등, 갤러리 3곳에서 신상호 작가의 작품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아라리오갤러리, 수보드 굽타 전 (9월 1일~10월 5일)=아라리오갤러리는 해외 전속작가 전시를 서울과 상하이 갤러리 2곳에서 동시에 개최했다. 지난달 상하이에 새 갤러리를 오픈한 아라리오가 개관 기념 전시회로 인도 작가 수보드 굽타(50)의 작품들로 전관을 각각 채웠다. 수보드 굽타는 아라리오갤러리의 한국 전속 작가이자 김창일 ㈜아라리오 회장이 컬렉션에 주력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인도의 일반 가정에서 볼 수 있는 스테인리스 스틸 부엌용품, 황동제 고물을 이용한 대형설치와 조각, 회화 등 굵직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김성환의 ‘늘 거울 생활’전 아트선재센터 2층 설치 전경. [사진제공=아트선재센터]

▶학고재, 마류밍전 (9월 2일~10월 5일)=학고재갤러리도 외국 작가 전시를 대대적으로 열었다. 1998년부터 뒤셀도르프, 뮌스터, 제네바 등 세계를 떠돌며 나체 퍼포먼스를 펼쳤던 중국 작가 마류밍(45)의 전시가 학고재갤러리 전관에서 열리고 있는 것. 마류밍 역시 우찬규 학고재갤러리 대표가 주목하는 젊은 작가 중 한 명이다. 마류밍은 지난 2000년 광주비엔날레를 통해 한국에 처음 소개됐던 작가다. 이번 전시가 그에게는 2006년 서울의 아트사이드 갤러리에 이어 한국에서 열리는 두번째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는 젊은 시절 작가가 여장을 한 채 신체해방에 천착하며 선보여왔던 나체 퍼포먼스 영상들을 포함, 이를 기반으로 그려낸 회화 작품들이 대거 걸렸다. 마대 뒤에서 물감을 밀어내는 방식으로 그려낸 강렬한 이미지가 돋보이는 수작들을 만나볼 수 있다.

▶국제갤러리 ‘단색화의 예술’전 (8월 28일~10월 19일)=국제갤러리는 단색화 거장들의 작품으로 전관을 채운 전시를 약 두달에 걸쳐 개최한다. 이젠 해외 미술계 인사들도 거침없이 고유명사로써 ‘Dansaekhwa(단색화)’를 말할 정도로 더 이상 서구 미니멀리즘의 한 지류가 아닌 한국의 독창적인 미술 장르로 인정받고 있는 단색화 작품들을 대거 내건 것. 1970년대 단색화 운동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김기린, 정상화, 정창섭, 하종현, 이우환, 박서보, 윤형근 등 작가 7인의 작품들을 다시 보며 세계 미술사의 맥락 속에서 한국 단색화의 가치와 의미를 되짚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트선재센터, 김성환 ‘늘 거울생활’전 (8월 30일~11월 30일)=아트선재센터는 한 작가의 실험적인 퍼포먼스와 작품 설치 준비를 위해 지난 두달 동안 전시장을 비우는 등 공을 들였다.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성환(39) 작가의 작품들로 2층과 3층을 채운 것이다. 김성환은 서울대 건축학과 재학중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윌리엄스컬리지에서 수학과 미술을 복수 전공, 이후 MIT에서 비주얼스터디 석사 과정까지 마친 미술계 ‘엘리트’ 작가 중 한 명이다. 2007년엔 ‘게이조의 여름’이라는 작품으로 에르메스코리아 미술상을 받기도 했다. 이 작품은 올해 광주비엔날레에도 출품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비디오, 드로잉, 설치, 퍼포먼스 등을 유기적으로 재구성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건축, 수학, 미술이 충돌하듯 교감하는 ‘미로’ 같은 전시장 곳곳을 꼼꼼히 둘러보다 보면 “작품을 보는 행위 그 자체가 작품을 해석하는 것”이라는 작가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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