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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겸 변호사의 실무 칼럼] 권리자에게 특히 과다한 노력을 요구하는 지적재산권 침해소송

- 특허, 상표, 디자인 침해소송의 특수성과 2인자 전략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주방용품 분야에서 몇 개월 만에 시장을 선점한 기업이 있었다. 이 기업은 디자인 개발에 수억을 투자하였고 디자인 관련 상을 수회 받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를 모방한 제품이 6개월 만에 출시되었다며 필자를 찾아왔다. 

이에 필자는 ‘디자인 침해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였고, 이 사건은 1심에서 원고승소판결을 받은 후 항소심 시작과 동시에 합의로 종결되었다. 우선 디자인권을 가진 업체를 ‘선도 기업’, 이와 유사한 디자인을 가진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를 ‘모방 기업’이라고 칭하자.

두 기업은 각자 나름대로 할 이야기가 많았다. 선도 기업은 “디자인 개발비에 수억을 들였는데 적은 노력으로 모방상품을 만들었다’며 강력한 배상을 청구하였으며, 모방 기업은 ‘수많은 동종 상품이 비슷한 디자인으로 제품을 출시하고 각자 어느 정도의 유사성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를 불법행위라고 하면 기업은 영업 자체를 할 수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적은 수의 디자인만 존재하는 상품군에서는 디자인이 크게 다르더라도 침해로 판단해야
이러한 디자인침해 사건은 유사판단에 판사의 재량이 많이 들어가므로 변호사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한 편이다. 이 소송에서 상대방 변호사는 ‘동종의 유사 디자인이 많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20개의 동종 상품의 사진을 법원에 제출하였다.

그러나 필자가 생각한 사건의 핵심은 오히려 반대였다. 필자는 “단 20개밖에 제품이 없는 상품군에서는 유사의 범위를 넓게 보아야 한다”는 이론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일례로 젓가락 손잡이의 디자인은 현재 수만 가지에 이른다. 

다양한 형태의 디자인이 있는 상품군에서는 그 형태가 약간만 달라도 다른 디자인으로 평가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단 20개 정도의 디자인만 존재하는 상품군에서는 디자인 선택의 폭이 넓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형태가 크게 다르더라도 유사 범위를 넓게 보아 디자인권 침해로 판단해야 한다는 논리를 적극 주장하였던 것이다.

이 사건은 필자의 논점을 인정받아 선도 기업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3억 원가량으로 추산되는 손해액은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였다. 따라서 필자는 손해액에 대한 입증을 보강하여 "항소심을 계속 진행할 것"을 권유하였지만, 무려 1년 6개월이나 되는 긴 소송에 피로감을 느낀 원고 측은 상대방의 합의요청에 도장을 찍고야 말았다.

각종 법절차가 총동원되고 보다 긴 시간이 소요되는 특허, 상표, 디자인 침해소송
특허, 상표, 디자인 침해소송의 다수가 합의로 종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즉 지적재산권 관련 소송에서는 재판부가 기술(디자인)을 이해해야만 재판이 계속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현장검증을 나간다거나 ‘기술설명회’를 개최해야 하는 등 일반 재판보다 두 세배의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이렇게 특허침해소송은 통상 1년이 넘게 걸리며 그 기간 동안 해당 특허에 대한 무효심판, 권리범위확인심판, 특허침해에 대한 고소, 무고 등 민사, 형사, 특허에 대한 각종 법절차가 총동원되게 된다. 

그러다가 재판의 분위기가 한쪽으로 쏠리게 되면 상대방이 합의의사를 타진해오고 지칠 대로 지친 권리자측은 적당히 합의를 하며, 동시에 침해자 측도 그물망처럼 펼친 공격을 일거에 거두어들이는 것이다.

이번 소송의 결과로 선도 기업은 1년 6개월 동안 피해 본 매출액의 일부만을 보전받게 되었고 모방 기업은 모방으로 얻은 이익을 일정 부분 지킬 수 있게 되었다.

패스트 팔로어, 2인자 전략에 대하여 
현실에서는 새롭게 시장을 개척한 기업이 모방전략을 취하는 후발 주자에 어이없이도 밀려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2인자 전략은 새 시장을 개척하는 블루오션 전략에 대비되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재빠른 추격자(fast follower)’가 성공하는 이유는 위에서 보았듯이 선도기업의 기술(디자인)에 대한 보호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란 선도자인 퍼스트 무버(first mover)나 시대의 유행을 선동하는 자인 트랜드 세터(trend setter) 기업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놓으면, 이를 재빨리 벤치마킹해 1위 기업보다 더욱 개선된 제품을 싼 가격에 내놓는 식이다.

즉 최초나 최고가 되려고 하기보다 재빠른 2인자 전략으로 출발하여 최강자의 자리를 노리는 것이다. 그래서 선도 기업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내 기술을 보호할 수 있는 특허권이다. 이러한 특허 및 디자인침해 논란은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이른다. 국내 기업의 디자인을 모방한 중국의 모방제품들도 그렇고, 삼성과 애플의 기나긴 소송도 그렇다.

이러한 지식재산권 침해소송들은 위에서 보았듯이 그 침해여부를 인정받는 데까지 상당한 노력이 들어가고 기간도 길다. 그렇기 때문에 소송에 필요한 비용과 변호사 수임료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선도 기업으로서 가지고 있는 지적재산권의 법적 활용도 더딜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술개발에만 몰두하여도 모자랄 시간에 난해한 소송절차를 따라가느라 선도기업의 혁신은 뒷전이 되고 만다. 과도한 소송부담이 혁신이 혁신을 낳기 힘든 구조를 만들어버린 것일 수도 있다.

필자는 선도 기업들에게 내부적으로 불필요한 법률대응 업무를 우리 같은 법무법인에 아웃소싱하고 혁신적 제품개발에 계속 몰두하라고 권유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지적재산권의 시대에 이러한 상황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도움말 : 법무법인 예율, 모이어상담소>

온라인뉴스팀/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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