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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해창 선임기자의 세상읽기> 한가위 짝퉁식단(?)
[헤럴드경제= 황해창 선임기자] 출근길에 기분 나쁜 뉴스하나가 귀에 감겨옵니다. 국산 바지락살에 저질 중국산을 섞어 학교 급식재료로 납품한 도매업자가 잡혔다는 겁니다. ‘섞어 가짜’ 바지락은 수도권 지역 700여 개 초중고교 학생들의 점심메뉴로 사용됐다고 합니다. 요즘 이래저래 열 받은 엄마들로선 기절초풍할 노릇입니다. 

경찰청은 5일 학교급식용 국산바지락에 중국산을 혼합해 납품한 양모(57) 씨를 농수산물의원산지표시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습니다. 양 씨는 서울의 한 공판장 소속 중도매인으로 지난 2007년 2월부터 수협 인천가공물류센터 단체급식사업단에 바지락을 납품하며 2011년 2월부터 올해 4월까지 납품 물량 85.5t(10억 6000만 원 상당) 중 중국산 바지락살 25t(3억 2000만 원 상당)을 국산으로 거짓 표시한 혐의랍니다. 

범람하는 중국산 식재료에 위협받는 추석 차례상

나이도 지긋한 작자가 어떻게 이런 파렴치한 일을 저지른 걸까요. 양 씨는 바지락 속살은 민감한 소비자들도 국산과 중국산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비율을 7대 3 정도로 혼합합니다. 이렇게 섞은 바지락살은 250만 명분에 달하는데 모조리 서울과 경기지역 700여 개 초중고교에 급식용으로 뿌리다시피 했습니다.

눈치 빠른 독자분들은 이미 감 잡으셨겠지만 불량업자 혼자서 될 일이 아닙니다. 양 씨가 먹거리로 장난치며 큰돈을 벌 수 있었던 데는 배후에 검은 양심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바로 원산지 확인 등을 담당하는 수협 학교급식사업단 검품 담당 진모(40)가 그 장본입니다. 둘 사이에는 정기적으로 금품을 제공하고 납품 편의를 청탁하는 먹이사슬이 형성돼 있었던 겁니다.

더 있습니다. 동두천 한 삼겹살 공급업체는 수입 삼겹살을 밟아 늘어뜨려 얇고 긴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내다 팔다 적발됐습니다. 광주의 한 보양식 음식점에선 호주산 양고기를 염소고기로 속여 팔아 오다 걸렸고요. 검은 털로 양심을 덮은 이들입니다.

껍질은 석고물질로, 속은 전분과 해초류를 섞어 만든 중국산 가짜 계란

짝퉁이 판치는 세상입니다. 중국입장에선 다소 분하고 억울할 일이지만 짝퉁하면 여전히 중국입니다. 이런 사실은 21세기 들어서서 더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나라입니다. 꽤 오래전에 들은 얘깁니다. 상하이 한 노부부가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됩니다. 급기야 시장에서 쥐약을 사다 조용히 힘든 세상과 이별하기로 한 겁니다. 바로 그날 밤이 지나고 아침, 그런데 할아버지가 눈을 뜹니다. 멀쩡하기에 화들짝 놀라 옆자리 할머니를 깨우려는 데 이미 부엌에서 설거지 소리가 나더랍니다. 그 쥐약 가짜였습니다.

하긴 날계란도 가짜가 있다니 할 말을 잃은 지 오랩니다. 중국 시장에는 ‘메이드 인 코리아 스타일’ 이라는 브랜드가 버젓이 나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메이드 인 코리아는 큼지막하게 쓰고 살짝 작게 ‘스타일’을 새겨 넣는 식입니다. 다리나 날개 있는 것 중 책상하고 비행기만 빼고는 죄다 요리를 할 수 있는 나라가 바로 중국입니다. 산해진미, 요리에 관한한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 또한 크지요. 하긴 아이스크림 일종인 ‘후라이드 아이스’가 있을 정도이니까요. 얼음튀김이라? 

교묘하게 국산 브랜드를 변형한 중국산 짝퉁 맥주

그래서인가요. 식재료만 놓고 따져도 중국산 믿을 수 없다는 것이 대세입니다. 장바구니에 넣으려다 취소하기 일쑤입니다. 왜 그럴까요. 위생상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생산이나 제조는 물론이고 유통과정에서 비위생적인 때문입니다. 유해물질도 더 큰 문제입니다. 양은 질의 지하를 가져올 확률이 높다는 말은 중국산에 그대로 적용됩니다. 대량 생산에 대량 유통이다 보니 가격이 쌉니다. 이러니 비싼 국산에 섞고 싶은 추잡하고 더러운 욕망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과 함께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을 4대악으로 규정하고 야심차게 척결하겠다고 장담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거리가 멉니다. 시끌벅적하더니 잠잠한지 꽤 오랩니다. 특히 불량하기 짝이 없는 식품업자들은 두더지마냥 사회 곳곳에 음습하게 기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 바로 잡지 않으면 성공한 정부라는 소리 듣기 어렵습니다.

위의 사례는 어쩌면 빙산의 몇 개의 작은 각에 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추석연휴가 시작됩니다. 한가위 차례상 준비가 한창일 때입니다. 문제는 무엇 하나 거뜬하게 장바구니에 담기 힘듭니다. 이른 추석으로 국산은 비싸고, 싸다싶으면 중국산이니 고민이 큽니다. 결국 짝퉁에 갇힌 후손들이 조상님들까지 모셔다 짝퉁식단을 바치는 기이한 풍경이 오늘 우리 앞의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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