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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현대ㆍ기아차 노사대결의 피해는?
[헤럴드경제=조문술 기자] 노동 내부의 얽히고설킨 문제가 외부화된 게 현재 노동운동의 모양새다. 내부가 복잡할수록 대외 투쟁은 강경해지고 살벌해진다. 또 양분된 노동계의 현실에서 양대 노총의 선명성 경쟁도 새로운 의제 경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기본소득이니 생활임금제, 통상임금 같은 아이디어는 그래서 나왔다.

실은 현재의 통상임금 요구가 그동안 간과된 노동의 댓가라는 사실에 토를 달 여지는 없다. 합리적 임금제도 설계 없이 주먹구구로 진행돼온 급여체계를 바로잡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이 적정 수준, 사회적 정서의 범위 밖에 있을 땐 출발부터 문제가 될 수 있다.

시의성도 결여돼 있다. 왜 하필 안팎으로 어려운 지금인가. 현재 산업계 경영자들은(그들의 인식이 정당한 것은 아니지만) 한결같이 환율 문제나 기술, 마케팅 보다 노동문제를 제일 애로로 꼽는다. 그 중에서도 통상임금이 으뜸이다.

이쯤되면 엄살 수준은 아니란 게 분명하다. 특히 대기업의 임금협약 파장 안에서 있는 중소기업의 경영자로서는 소름끼칠 일인지도 모른다. 

또 대기업에서 겉으로 드러난 비용 효율성이나 경쟁력도 뜯어보면 다른 분야의 희생과 고통전가에 의존한 덕이 크다. 국내 제조업 최고의 임금을 받으면서 임금투쟁에 목을 매는 모습을 국민은 결코 이해하기 어렵다.

노사 협상이 타결된 여타 양산차업체의 통상임금 합의안은 현대ㆍ기아차의 그것과는 내용이 다르다. 통상임금 적용 시점이나 범위를 놓고도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려는 노사의 고민이 작용했다.

현대ㆍ기아차 노사가 알아야 할 게 있다. 국민의 정서와 동떨어진 투쟁과 갈등이 지속되는 한 설자리는 점점 좁아진다는 사실이다. 국산차에 비해 몇 배 비싼 유지비용을 부담하면서 외산차를 선택하는 이들의 대답은 간단하다. “그냥 싫다.” 외산차의 퍼포먼스가 더 좋다거나 연비나 내구성이 낫다는 등의 합리적 판단 없이 즉흥적으로 내뱉는 말이다. 이른바 ‘안티 현기차’ 집단의 무의식적 감정울 대변한다.

이런 국민적 혐오를 바탕으로 외산차는 몸집이 커졌다. 올해 상반기 수입차 점유율이 사상 최고인 12.4%를 돌파했다. 모든 여타 양산차업체를 제치고 2위다. 이는 한국GM 쌍용차 르노삼성의 부진에 기인한다기 보다는 현대ㆍ기아차의 실책에 원인이 있다.

외산차 한 대 팔릴 때 사라지는 국내 일자리가 도대체 몇 갠가. 자동차 1대는 대략 2만여개의 크고 작은 부품들의 기능별 모듈로 결합돼 있다. 최소한 2만여개의 손길이 필요한데, 이것은 고스란히 우리 국민들을 먹여 살리는 일자리다.

노동과 자본의 불화, 노사대립은 어느 한쪽에만 원인이 있지 않다. 투명하지 못한 의사결정과 집행, 경영이란 이름으로 자행되는 사적이익 추구, 협상을 인정치 않는 완고한 태도 등 갈등의 빌미는 대부분 사측의 일방통행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세계가 부러워하던 한국이 자칫 세계의 조롱거리가 될 위기다. 세계를 석권할 것만 같았던 각 산업분야는 선진국과 개도국의 협공으로 경쟁력에 큰 상처를 입었다. 2, 3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일어난 일이다.

‘변수가 상수’인 시대다. 노사가 대결을 멈추고 협력해야 하는 책임이 여기 있다. 상여금이 고정성, 정률성 범위 안에 있느냐 없느냐는 논쟁을 뛰어넘는다. 노사 양측의 깊이 있는 성찰이 요구된다. 


/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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