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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함영훈> 김종덕 신임 문체부 장관에게 부여된 과제
참으로 오랜만에 접했던 솔직담백한 장관 인사청문회를 거쳐 취임식 없이 업무를 시작했던 김종덕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세종시에 간 지 보름만인 3일 겸연쩍은 얼굴을 국민앞에 내밀었다. 그간 인천아시안게임경기장, 예술의 전당 등 현장을 방문했지만, 30개 중앙언론앞에서 문화ㆍ체육ㆍ관광 전반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자리를 마련한 건 처음이다.

‘외유내강(外柔內剛)형인듯’이라든지, ‘소신파 후임이니 순응파일까’라든지 그간 많은 촌평과 궁금증이 있었다. 첫 인상은 소탈하고, 소프트웨어에서 하드웨어까지 폭넓은 안목을 보여 좋은 실행력을 기대해도 되겠다는 것이 상당수 언론의 반응이다.

주지하다시피 문체부는 정신적인 것과 문화적인 것을 다루는 유일한 부처이다. 국가발전을 위해 결코 소홀히 해서는 영역이다. 그래서 특정부처가 특정분야만을 중심으로 정책을 편다면, 문체부는 모든 부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구석구석에도, 행정부에도, ‘문화가 강물처럼 흐르도록 하는 책무’가 정부대변인인 김 장관에게 부여돼 있는 것이다. 서열상 문체부는 재정,과학,외교안보 등 부처보다는 뒤이지만, 산업,복지,고용,국토교통,해양수산 보다는 앞이다. 17개 부처 중 9위이니 딱 중간이다.

문화와 정치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인 듯 하다. “문화나 하는 사람이 뭘 정치를 두고 왈가왈부야?”라고 힐책이 아직도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정치의 밑바탕 역시 ‘인문학적 소양과 국민을 잘 살게 하는 실사구시의 정신’임을 감안하면, 그 힐책은 참으로 무식한 소리다. 나아가 좋은 정치와 체감도 높은 정책의 실행을 위해서도 문화 담당 장관에게 ‘정치력’은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몇 달전 ‘무식한 정치행태’가 있었다. 관광진흥법이 여야 정치협상의 대상에 올랐다가, 끝내 다른 법안에 밀려 통과되지 못하는 사태였다. 문체부 이슈는 늘 이 모양이었다. 국민을 힐링시키고 정신문명을 높이는 문화분야는 민생 현안의 ‘상수 K’이다. 국민 감성을 다스리는 일이 단기적 경기부양에 밀릴 이유는 없다.

김 장관이 이날 중요 관심사로 지목한 국가브랜드 문제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브랜드위원회가 폐지되면서, 나라의 위신을 세우는 일은 해외문화홍보원이 전담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해외홍보가 한류와 IT에 치중하면서, 지도자 이미지 구축(PI)이라든지, 독도,교과서왜곡 등 역사문화적인 부분에 대한 치밀한 저변홍보, 세계인들이 즐겨 입에 담을 만한 한국스토리의 전파 등 중요 전략에는 소홀하다는 점이다. 특히 외국전문가들을 초청해 한국의 핵심 키워드를 심어주는 일을 비(非)전문가 또는 고객응대서비스 업체에 맡기는 것은 국가브랜드전략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게 할 우려를 낳는다.

개별 문화ㆍ체육ㆍ관광 정책 개발도 중요하지만, 김 장관은 이 소중한 것들을 관철시키는 설득력과 정치력, 국가브랜드를 높이는 핵심전략의 추진력 등 보다 ‘통 큰’ 덕목들로 무장해 후회없이 복무해주길 바란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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