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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거대한 이익집단이 돼버린 우리 국회
19대 국회가 출범하면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움직임이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총선 때 이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고, 실제 개원과 함께 소장 의원들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개혁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다. 의원 연금제를 비롯해 겸직금지, 각종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 등 국민들 보기에 과도하다 싶은 특권은 대폭 줄이거나 없애기기로 한 것이다. 의원윤리 강령의 강화는 물론 심지어 의원소환제 도입도 거론됐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이제야 국회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구나’하며 흐뭇해했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허망한 바람이고 정치적 ‘쇼’였는지 알아차리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출발만 요란했지 차일피일 입법을 미루는 바람에 2년이 지나도록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 오히려 ‘그들만의 특권’은 더 높고 견고해진 느낌이다. 철도비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게 그 단적인 예다.

표결을 앞두고 새누리당은 “결코 제식구 감싸기는 없을 것”이라고 큰 소리쳤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달 관훈토론회에서 “불체포 특권은 기득권을 내려놓는 차원에서 법이 바뀌기 전이라도 실천하겠다”는 말도 했다. 야당 지도부도 틈만나면 특권포기를 강조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 반대로 나왔다. 223명이 참여한 무기명 투표에서 찬성표는 고작 73표에 그쳤다. 투표를 한 의원 셋 중 두 명은 체포동의안을 반대하거나 묵인한 것이다. 세월호특별법에 막혀 민생 법안은 단 한건도 처리하지 못하면서 국회를 비리의 방탄막으로 활용하는 데는 여야가 한 몸처럼 죽이 척척 맞았다. 참으로 무능하고 후안무치한 국회다.

더욱이 송 의원의 혐의는 죄질이 아주 좋지 않다. 철도시설공단에 영향력을 행사해 열차 충격을 완화하는 부품업체가 납품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그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송 의원은 철도 관련 국회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검은 돈을 챙긴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게 민관이 유착해 대중이 이용하는 선박의 안전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송 의원의 혐의도 이와 크게 다를 게 없다. 그런데도 동료 의원들이 송 의원을 감싸고 도는 것을 보면 그들 역시 뒤가 켕기는 게 있음이 틀림없다. 언제든 자신의 일이 될 수 있기에 송 의원을 통해 미리 ‘보험’을 드는 것이다. 이런 정도면 국회가 아니라 거대한 이익집단이다. 이게 우리 국회의 수준이니 더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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