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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사능 돼지’ 의 습격…유럽 떠도는 ‘체르노빌의 망령’
獨 작센지방 멧돼지 30%대 오염
별미 식재료 판매 식품안전 위협…아우토반 막고 사람 공격하기도

서유럽 佛까지 토양 오염 가능성



1986년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사고의 망령이 유럽을 떠돌고 있다. 독일 동부 작센 지방 숲에 사는 야생 멧돼지가 3마리 중 1마리 꼴로 기준치를 훨씬 뛰어넘는 방사능 물질이 검출돼 비상이 걸렸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난 지 28년이 지났지만 1000㎞이상 떨어진 독일에까지 아직 영향을 주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미국 NBC 등 외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이 지역에서 야생 멧돼지는 별미 식재료로 판매되고 있어 식품 안전에 최대 위협 요인으로 떠올랐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작센주 주정부가 2012년 9월부터 2013년 8월까지 1년간 야생 멧돼지의 방사능 오염 정도를 조사한 결과, 752마리 가운데 297마리가 방사능 물질 법적 한도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슘-137의 법적 허용한도는 ㎏ 당 600 베크렐(방사능 측정 단위)이지만, 일부 죽은 멧돼지에서 허용치보다 16배나 높은 ㎏ 당 9800 베크렐이 검출됐다.

작센주는 2012년부터 사냥꾼이 사냥한 동물에 대해 방사능 검사를 반드시 받도록 하고 있다.

주 정부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여파가 아직까지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당시 유출된 방사능은 바람과 비를 타고 700마일(1126㎞) 가량 떨어진 작센 숲에까지 흘러왔으며, 더 넘어 서유럽인 프랑스에서까지 토양을 오염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작센 지방은 체르노빌 사태 이후 폭우가 쏟아져 방사능 오염의 영향을 더 심하게 받은 것으로 보인다.

야생 멧돼지는 늦 여름과 초 가을 사이에 땅을 파헤쳐 버섯이나 송로를 먹어치운다.

수십년간 이런 습성이 이어지면서 방사능 물질이 몸 속에 축적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지역 버섯과 송로의 세슘-137 수치는 ㎏ 당 1000베크렐을 넘어, 사람이 식용하기에 부적합한 것으로 판명났다.

정부로선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멧돼지를 팔아 생계를 잇던 사냥꾼들이 사냥감을 폐기 처분해야할 처지에 몰리면서, 독일 정부는 이들에게 연간 수십만 유로를 손실 보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스테펜 리히터 젝슨주 사냥꾼협회장은 지역 언론에 “사냥감 판매 수입을 충당하지 못하고, 사냥감을 처분하는 비용만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멧돼지 개체수는 지난 20년간 그야말로 하늘높이 치솟았다. 멧돼지의 존재는 독일의 여러 지역사회에 위협이 되고 있다.

멧돼지가 어슬렁거려 아우토반(고속도로)을 때로 막히게 하고 사람들이 사는 동네에까지 심심치 않게 내려온다.

지난 2010년 베를린에선 멧돼지 떼가 휠체어에 타고 있는 남자를 공격한 일도 있었다.

독일 방사능 멧돼지 문제는 당분간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검사에서 보이는 오염 단계로 미뤄, 전문가들은 앞으로 50년은 더 지나야 방사능 오염 걱정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역시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지역의 방사능 수치를 조사한 결과 멧돼지에서 세슘이 ㎏ 당 79~1900 농도로 검출된 바 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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