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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밤섬 귀향제
서울 여의도와 마포를 잇는 세 개의 다리 가운데 가장 북쪽의 서강대교 아래에 밤섬이 있다. 청둥오리를 비롯한 철새 도래지이자 2012년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생태계의 보고로, 일반인 출입이 철저히 제한돼 있다. 이 섬 가운데에 ‘밤섬 주민 옛 생활터’라는 비석이 서 있다. 20년 전인 1994년 세워놓은 것인데, 이 표식도 상류에서 흘러온 토사에 묻혀버리기 직전이다.

밤섬에는 조선이 한양을 수도로 정한 이후 사람이 살기 시작해 1960년대 말까지 선박 수리와 농업, 어업 등을 하면서 오순도순 살던 곳이었다. 그러다 1968년 여의도 건설을 위해 섬을 폭파하면서 62가구 443명의 주민이 마포 와우산 기슭으로 집단이주하게 됐고, 밤섬도 사라졌다. 하지만 세월과 함께 모래와 바위와 자갈이 쌓여 다시 섬이 생겼고, 지금도 살아 움직이고 있다.


추석 연휴를 1주일 앞둔 지난주말 ‘밤섬 실향민 고향방문’ 행사가 열렸다. 밤섬을 찾은 옛 주민들은 사라진 고향에 대한 애틋함과 아쉬움에 깊은 탄식을 토해냈다. 특히 이들이 정주한 와우산마저 1990년대 말 재개발되면서 또다시 뿔뿔이 흩어져야 해 애잔함이 더욱 컸다. 이날 고향 방문행사에 200여명이 참가했지만, 실제 옛 밤섬 주민은 40여 명에 불과했다.

급속한 경제성장과 사회 변화, 특히 개발독재 시대 권위적인 정부의 ‘결정’에 의해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밤섬 주민만은 아니다. 댐 건설 때문에, 도시 재개발과 아파트 재개발 때문에 고향을 내주어야 했던 사람들이 많다. 사실 이런 일들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강압에 의해 고향을 내주어야 하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는, 따뜻한 사회가 간절하다.

이해준 선임기자/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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