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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해창 선임기자의 세상읽기> 지금이 바로 ‘사회적 대타협’할 때다
#1930년대 초반이면 80년 전의 일입니다. 세계사적으로 보면 대공항 직후가 됩니다. 그 당시 스웨덴은 노사분규에 사회질서까지 혼란하면서 나라꼴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이대로는 안 된다며 정부 주도로 노사정이 결국 머리를 맞댑니다. 밀고 당기던 끝에 결국 3자협의체는 살트셰바덴협약을 체결합니다. 놀라운 것은 산업화 초기이던 그 당시에 생산적 노사관계의 발판을 마련했고 이로써 산업평화까지 구축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러니 여타 유럽국가에 앞서 복지국가의 길을 걷게 된 겁니다.

#반세기가 지난 1982년 네덜란드. 이 나라도 사정이 딱했습니다. 탁월한 해상물류를 앞세워 부강을 이룩했지만 그 후유증이 만만찮았던 겁니다. 노동자들은 임금인상을 밥 먹듯 요구하고 덩달아 물가는 치솟는 그야말로 제살 깎아먹기로 제조업이 곤두박질치면서 국가경제가 최악의 위기에 몰렸습니다. 국가적 위기 앞에 노사정이 대타협을 이뤄냅니다. 임금인상을 억제하는 대신 일자리를 확대하고 사회보장제도를 개혁하는 등의 역사적인 문건, 바세나르협약이 그 것입니다. 이로써 네덜란드는 오명 ‘네덜란드 병(Dutch disease)’를 말끔히 치유합니다. 네덜란드 병은 자원에 의존해 급속성장을 이루 국가가 이후 물가 및 임금상승으로 경쟁력을 읽고 헤매는 국가적 병리현상을 일컫는 말입니다. 네덜란드 국민으로선 수치가 아닐 수 없었던 겁니다. 영국 역사상 최강 여걸인 대처 수상의 ‘영국병’타파도 네덜란드로부터 교훈을 얻었다고 합니다. 

노사정 대타협은 한국호 회생의 대전제다.

#사회적 대타협의 최고 걸작품은 뭐니 뭐니 해도 2003년 독일의 ‘아젠다 2010’입니다. 1989년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고 이듬해 통일이 됐지만 이후 경제사정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급진적 선택인 화폐통합에 따른 부작용과 후유증은 실업양산에다 세금폭탄 등 초대형 악재를 낳았습니다. 이 와중에 켜켜이 쌓인 노동시장 적폐 또한 암담했습니다. 이러니 여타 유럽국가들은 독일을 ‘유럽의 환자’라며 애물단지 취급을 했습니다. 그런데 구세주가 나타납니다. 바로 슈뢰더 총리입니다. 독일 재건이 그의 일생일대 정치적 목표가 됩니다. 슈뢰더 총리의 별명은 ‘Mr. 바스타’입니다. “내가하는 대로 따르라”는 뜻입니다. 되는 집인가요? 여기에다 “정치는 달라도 정책은 같다”는 후임 메르켈 총리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합니다. 정권교체에도 전임자의 개혁정책을 그대로 이어받은 겁니다. 동독 출신인 메리켈 총리는‘독일판 대처’로 통합니다. 기관사 노조가 파업하자 “머리로 벽을 받고 들어 갈 수 없다. 그래 봤자 언제나 벽이 이긴다”는 일갈은 아직도 노동문제 중심에서 회자됩니다.

#2008년 최악의 금융위기에 빠진 미국 역시 정부 주도로 복지비용 축소, 이중임금제 도입 등 자동차 빅3와 전미자동차노조(UAW)간의 대타협을 이끌어냈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하던 미국자동차업계의 지리멸렬은 미국경제를 곤두박질치게 했습니다. 그러나 노사가 합심해 구조조정에 성공하자 곧바로 제조업 부활로 이어졌고 미국경제 전반에 훈풍이 돌게 된 겁니다. 

나라를 온통 혼란에 빠트린 세월호

위의 사례는 하나같이 강력한 리더십과 양보의 역사적 산물입니다. 경제가 살아야 국가존망도 국가동력도 논할 수 있다는 것은 고교1학년 1학기 급의 상식입니다. 그럴듯하게 폼 잡고 말하면 상생 또는 지속 가능한 성장, 양질의 일자리 창출, 기업의 경쟁력 제고, 순기능 어쩌고저쩌고 일겁니다. 그러나 결국엔 모든 것이 경제살리기 문제이고 경제가 정상적이 되도록 하자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호는? 경제의 맥박이 약해진다는 경제수장의 호소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세월호 유가족을 대변인을 자처했던 제1야당은 지지고 볶더니 결국엔 다시 거리투쟁을 택했습니다. 참으로 딱합니다.

우리 사회에 리더십다운 리더십을 본 지 오랩니다. 어른도 없고 질서도 없습니다. 모두가 제잘 난 맛에 제멋대로입니다. 매뉴얼 타령을 하면서 법은 깔아뭉갭니다. 양보와 타협은 눈을 닦고 봐도 없습니다. 

망망대해로 나가는 수출 컨테이너선의 위용

박근혜 대통령이 사회적 대타협을 직접 주도하겠다고 합니다. 우선 9월1일 노사정 대표 50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고용포럼을 주재할 모양입니다. 노사정위원회가 8개월 만에 재가동된 것은 늦었으나 다행입니다. 더 이상 우물쭈물 하다가는 큰 코 다칩니다. 불능국가 신세는 시간문제일 수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안타까운 것은 리더십입니다. 그리고 타협과 이해를 가슴에 품은 양보의 미덕입니다. 세월호 사태도 이제는 해결해야 합니다. 유가족도 양보할 것은 해야 매듭을 풀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 잃어버린 생명보다 지켜야 할 생명이 더 많기에 나라 걱정을 해야 할 때입니다. 이러다 세월호 그대로 나라가 주저앉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어렵더라도 이번 주 안에 세월호 해결해야 합니다. 그리고 9월을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아야 합니다. 그래야 대한민국 늦게라도 도착점에 닿을 수 있습니다. 

황해창 선임기자/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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