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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T강국이라지만…은행문턱 높은 대한민국은 ‘핀테크 후진국’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우리나라는 IT 강국으로 불린다. 하지만 비금융 업종의 금융업 진출에 문턱이 높고 보안 관련 규제도 까다로워 IT와 금융의 시너지를 구현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 일류 IT 기업들이 앞다퉈 금융업 진출에 열을 올리며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핀테크(Fintechㆍ금융과 기술의 합성어) 후진국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작은 앞섰지만…=사실 한국은 온라인 전자 결제 서비스를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나라다. 2000년대 들어 인터넷 쇼핑 등 온라인 상거래가 급증하면서 결제시장도 함께 성장했다. 온라인 상거래 구매자와 판매자 중간에서 결제 대금을 임시로 보관했다가 거래 완료와 동시에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결제서비스가 발전했다.


다날, KG모빌리언스, 인포허브 등 지불결제대행사(PG)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최근 스마트폰이 급속히 보급되면서 통신사들은 전자지갑을 잇따라 출시했고, 카드사들도 모바일 카드 시장 개척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인터넷 소액 결제 서비스의 선두주자다. 그러나 통신사별 전자결제 방식이 제각각이고, 공인인증 절차 등의 이유로 원스톱 결제 서비스가 어려워, 해외로 뻗어나가지 못하고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경호 하나금융지주 미래경영지원팀 부장은 “외국에선 우리나라보다 훨씬 작은 규모의 회사들이 큰 규모의 비지니스를 서슴없이 진행한다. 성공하면 큰 회사가 되는 선순환 구조로 진행되고 있다”며 “그동안 우리나라가 금융에서 IT 적용을 더 잘해 온 것 같은데 최근에는 뒤쳐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규제에 보안문제가 발목=은산(銀産)분리 규정이 강한 우리나라는 IT 기업의 금융업 진출 규제가 엄격하다. 또 잦은 금융사고로 전자금융 확대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적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IT 기업의 금융서비스 진출이 미미한 수준이다. 삼성과 통신3사가 전자지갑을 출시한 정도다. 최근엔 이에 더해 카카오가 카카오톡 기반의 주식 정보ㆍ매매 서비스를 개시했고, 송금ㆍ결제 서비스인 ‘뱅크월렛카카오’를 준비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 해외 IT 기업들은 서서히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아마존은 하나은행과 제휴해 지난해부터 한국인 대상 해외 소액송금 서비스를 시작했고 알리바바와 텐센트도 이니시스, 다날 등과 손을 잡고 국내 온ㆍ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위안화 직접결제 서비스를 개시했다.


우리 금융당국도 부랴부랴 인터넷전문 은행 허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은행 설립 시 최저자본금 기준 ▷실명확인 절차 및 보안 문제 ▷금산분리 완화 폭 등 조율할 문제가 한두가지 아니라 실제 허용 시점을 가늠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전상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전략연구실장은 “어느 나라나 은행업은 진입장벽이 있지만, 금융서비스의 요구수준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당국도 새 비지니스 모델을 수용할 수밖에 없게 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걸음마 ‘카톡뱅크’ 성공도 장담 못해=금융 분야에서 세계 IT 기업들은 기존 금융기관을 위협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산업은행 조사분석실에 따르면 미국 이베이의 결제서비스 ‘페이팔’의 지난해 매출은 66억달러로 세계 온라인 쇼핑 결제액의 18%를 점유하고 있다. 고객수도 2008년 이후 매년 20%씩 증가해 지난해 1억4000만명을 기록했다. 중국 알리바바의 ‘알리페이’는 중국 모바일결제 시장의 50%를 차지하게 됐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액센츄어에 따르면 IT 기업 등 비금융기관의 은행권 시장점유율은 2020년에 30%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IT 기업의 금융진출의 첫 걸음 격인 ‘카카오 뱅크’의 성공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발행과 이용한도에 제한이 있어 ‘구글월렛’에 비해 이용이 불편하다”며 “정부 규제와 서비스 범위의 제한성으로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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