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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모에 얹혀사는 유럽 젊은이…세대간 빈부격차 심각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 올해 31세인 이탈리아 여성 세레나 비올라노는 요즘 나폴리 인근의 작은 마을 메르콜리아노에 있는 부모님 집에서 살고 있다. 10대 때 썼던 좁은 침대를 언니와 함께 써야할 정도로 불편한 생활이지만 독립은 꿈도 꿀 수 없다. 법대를 졸업한 뒤에도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비교적 안정적 직업인 공증인이 되려고 시험 준비를 하고 있지만, 결혼을 생각하는 34세 남자친구까지 계약직이란 현실을 생각하면 앞날이 막막하기만 하다.

최근 유럽의 20ㆍ30 젊은 세대 사이에 부모 세대처럼 살 수 없다는 박탈감이 확산하고 있다. 좋은 일자리를 얻어 재산을 모으고 경제적으로 안정되게 살자는 희망도 이들에겐 비현실적인 얘기가 되고 있다고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실제 유럽 젊은이들의 취업 성적을 들여다보면 이들이 극심한 절망을 느끼는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사진> 올해 44세인 안드레아 타르키니(가운데)는 지난해 12월부터 로마의 부모집에서 함께 살기 시작했다. 4년 전 실업자 신세가 된 그는 변변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다 최근 비디오 생산업체를 시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자료=WSJ]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선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취업률이 40%를 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는 6월 청년층 실업률이 43.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젊은 세대의 저취업 문제가 심각하다.

이는 전후 유럽 경제 번영의 혜택을 누린 이들의 부모세대인 ‘베이비붐’ 세대가 인건비를 올려놓으면서 기업들의 신규 채용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엔 정규직 대신 단기 계약직을 선호하는 기업들도 많아져 젊은 세대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일례로 이탈리아 25세 미만 청년층 노동자 가운데 비정규직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은 1998년만 해도 20%에 불과했지만, 이젠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이다.

그 결과 이탈리아 남성 노동자 초봉 액수는 1990년~2010년 사이 30% 가까이 떨어졌다고 이탈리아 중앙은행(BOI)은 추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청년층과 베이비붐 세대 간 소득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유럽 통계기관 유로스탯에 따르면 거의 모든 유럽연합(EU) 국가에서 60세 이상 노년층의 평균소득은 2008년~2012년 기간 동안 증가세를 기록했다. 반면 스페인, 포르투갈, 영국, 네덜란드 등 EU 회원국 절반에서 25세 미만 청년층의 평균소득은 감소세를 보였다.

이 같은 청년층 저취업 문제는 부모에 얹혀사는 ‘캥거루족’이 급증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EU 산하 연구기관인 유로파운드에 따르면 부모와 함께 사는 18세~29세 유럽 젊은층은 2007년 44%에서 2011년 48%로 증가했다.

또 이탈리아에선 부모와 함께 사는 18세~34세 청년층이 2004년 60%에서 2012년 64%로 늘어나는 등 캥커루족 현상이 두드러지게 심화됐다.

뿐만 아니라 청년 실업 문제로 향후 EU 경제 성장 전망에도 먹구름이 깔리고 있다.

시장분석업체 TD이코노믹스에 따르면 향후 20년 간 스페인과 그리스에서 젊은층의 소득 감소로 국내총생산(GDP)에서 각각 8%, 6% 손해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스페인과 그리스는 청년층 실업률이 50%를 넘을 것으로 예측된 곳이다.

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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