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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년전 기싸움서 완패했던 이미림, ‘강심장’ 박인비 연장서 꺾고 생애 첫승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2012년 9월23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우증권 클래식 최종라운드. 박세리(우승)와 챔피언조에서 플레이하던 이미림(24·우리투자증권)은 평소의 그가 아니었다. 한마디로 박세리의 기에 눌려 자신의 플레이를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전반 9홀이 끝나자 캐디백을 메고 있던 아버지 이대성 씨에게 조용하게 털어놓았다. “아빠, 내가 마치 갤러리가 된 느낌이야.” 그해 말 미국프로골프(LPGA) 투어 예선전(퀄리파잉스쿨) 도전을 계획했던 딸에게 아버지는 말했다. “미림아, 내가 보기에 미국 진출은 아직 때가 아닌 것같다. 한국에서 더 배우고 1년 후에 다시 생각해보자.”

2년 전 베테랑 골퍼와 기싸움에서 완패했던 이미림이 LPGA 투어 최고의 ‘강심장’ 박인비(26·KB금융)와 2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짜릿한 승리로 이끌며 감격의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루키’ 이미림은 11일(한국시간) 미국 미시간주 그랜드 래피즈의 블라이드필드 골프장(파71·6414야드)에서 열린 마이어 LPGA 클래식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2개를 묶어 2언더파 69타를 쳤다. 박인비에 한 타 뒤진 단독 2위로 4라운드를 시작한 그는 이날 한 타를 줄인 데 그친 박인비와 최종합계 14언더파 270타로 동타를 이뤄 연장전에 돌입, 연장 두번째 홀에서 승리해 대회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이미림과 박인비는 18번홀(파4)에서 열린 첫번째 연장전에서 나란히 파를 지켜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다. 그러나 연장 두번째 홀인 17번홀(파4)에서 이미림은 두번째 샷을 홀에 바짝 붙인 뒤 버디를 뽑아내, 파에 그친 박인비를 따돌렸다. 무엇보다 ‘조용한 암살자’로 불릴 만큼 흔들림 없는 멘탈을 자랑하는 박인비와 연장 접전 끝에 거둔 우승이어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2008년 국가대표를 지낸 이미림은 2010년 KLPGA 투어에 데뷔, 2012년 메이저대회인 한국여자오픈을 포함해 통산 3승을 거뒀다. 3승째를 거둔 지난해 이미림은 주저없이 남들이 꺼리는 퀄리파잉(Q)스쿨에 도전장을 냈다. 최근 KLPGA 투어의 상금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 선수들은 ‘지옥의 Q스쿨’을 거쳐 미국에 진출하는 경로를 꺼리는 분위기였다. 1,2차 예선서 각각 4라운드 72홀 경기를 치르고 최종전인 5라운드 90홀 경기까지 마쳐 상위 20위 내에 들어야 풀시드를 따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림은 달랐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골프를 시작하면서부터 품었던 미국 투어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지난해 가을 심각한 손목 부상에 가족들의 만류도 있었지만 1년 늦춘 Q스쿨 도전장을 냈다. 당당히 2위로 통과한 이미림은 지난 3월 JTBC 파운더스컵의 공동 2위에 오르며 일찌감치 활약을 예고했다.

아버지 이대성 씨는 본보와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부터 갖고 있던 미국 진출의 꿈을 한번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동안 멘탈훈련도 착실히 하면서 미국 투어를 준비했다”며 “미국 진출 첫해인 올 초부터 성적이 좋은 데다 주변에서도 미국 코스와 생활에 적응을 빨리 한다고 해서 내심 우승을 기대하긴 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우승할 줄은 몰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1년 빨리 보낼걸 그랬다”며 웃었다. 이 씨는 “아홉살 위 언니(지훈 씨)와 고생고생하며 투어 생활을 하고 있다. 엄마가 차려준 밥도 먹고 싶을텐데…”라고 울먹이며 “정말 장하고 고맙다”고 했다.

3라운드까지 단독선두를 지키며 시즌 2승을 노렸던 박인비는 아쉽게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이 한 타 뒤진 3위에 올랐고 양희영(25)은 공동 5위(9언더파 275타)에 자리했다.

/anju1015@heraldcorp.com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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