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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新앵그리맘] 유모차 끌고 시위 나섰던 그녀들...“남의 일 같지않아 분노 폭발했죠”
“‘엄마들이 화났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세월호 참사에 분노한 ‘앵그리맘’들과 ‘유모차 시위’를 이끌었던 전주영(30ㆍ여) 씨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두 돌이 채 안된 남자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전업 주부 전 씨는 세월호 이후 많은 변화를 겪었다. “세월호 뉴스를 보며 남편과 함께 펑펑 울었어요. 아이가 있으니까 감정이입이 되고, ‘남의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죠.”

여느 엄마들처럼 하염없이 슬퍼만 하던 전 씨는 이내 왠지 모를 답답함을 넘어 분노를 느끼기 시작했다.

참다 못한 전 씨는 인터넷 육아 카페 등에 ‘시위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는 글을 올렸고, 같은 마음을 가진 수많은 ‘앵그리맘’들의 뜨거운 반응을 확인했다. 서울 뿐 아니라 인천, 안양, 분당, 대전 등 분노한 엄마들의 시위가 확산된 것은 전 씨가 촉매제가 됐다.

앵그리맘 시위를 제안한 전 씨에게 어떤 특별한 과거라도 있을까. 전 씨는 “사회 문제에 대해 관심은 있었지만 행동으로 옮긴적은 없었어요. 아이 낳은 뒤로는 트위터나 페이스북도 안하고, 동네 엄마들과 친목모임도 안 가질 정도로 제 개인 할일만 신경쓰던 사람이었죠”라고 고백했다.

무엇이 이 조용했던 엄마를 거리로 나서게 했는지는 그녀가 올린 집회 후기 글에서 엿볼 수 있다.

“인재로 인한 이런 참사가 왜 반복될까. 우리 모두의 무관심이 만든, 병들어버린 사회의 자화상이 아닐까. 지금 내가 조용히 슬퍼만 하고 있다면, 언젠가 나와 내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아무도 나서서 말해주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유모차를 이끈 시위에 대해 일각에선 ‘아이들을 방패막이 삼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 씨는 이에 대해 “어린이집을 아직 안 보내서 아이를 맡길 데도 없었어요. 구호도 없는 평화로운 침묵 시위고 사람들한테 방해되지 않게 아이와 산책하듯이 걸었을 뿐”이라고 했다.

특히 일부 보수 단체는 이들을 ‘아동학대’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전 씨는 “변호사를 만나 소환장이 오게되면 어떻게 할지 상의까지 했는데 아직까지도 검찰에서 아무 연락이 없다”며 “일종의 ‘쇼’라고 생각해요. 엄마들을 얕봤던거죠. ‘너희 고소했다’ 그러면 지레 겁먹을 줄 알았을까요”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전 씨는 개인 사정때문에 활동을 더 하지 못하고 일상에 돌아온 자신이 인터뷰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엄마로서 ‘분노’는 여전했다. “끊임없이 관심을 갖는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 당장 바뀌지 않는다 해도 의미가 있으니까요” 말을 마친 앵그리맘 전주영 씨는 마지막까지 기자에게 당부했다.

“세월호 이야기, 잊지 말고 자주 다뤄주세요.”

배두헌 기자/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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