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박치기ㆍ급소공격에도 ‘안전한 격투기’? 공도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준비, 시작!” 주심의 선언과 함께 양 선수가 전력을 다해 발차기와 주먹, 무릎 공격을 주고 받는다. 카라테? 킥복싱? 무에타이? 아니다. 선수들은 흰색과 파란색 도복을 입고 있고 맨손에 가까운 얇은 주먹 보호대와 투명한 안면보호창이 달린 헤드기어를 착용하고 있다.

흰 도복을 입은 선수의 미들킥에 충격을 받은 파란 도복 선수가 잠시 무릎을 꿇었다 일어난다. 매트 네 모서리에 자리한 부심들이 일제히 호루라기를 불며 깃발을 들고, 주심은 “백, 유효!”를 외친다. 몇 초만 더 무릎을 꿇고 있었다면 절반에 이어 한판까지 선언됐을지도 모른다. 포인트를 뺏긴 파란 도복 선수가 흰 도복에게 달려든다. 둘은 이내 서로의 도복을 잡고 안면에 주먹과 팔꿈치를 꽂아 넣더니 박치기까지 시도한다. 몇 초간의 드잡이에 이어 호쾌한 유도식 업어치기가 작렬하고, 공격에 성공한 선수가 쓰러진 상대의 얼굴 위로 주먹과 발을 연이어 내리꽂다가 심판이 “효과!”를 선언하자 마운트 포지션을 차지하더니 암바를 시도해 결국 탭을 받고 승리한다.


마치 종합격투기 UFC나 프라이드의 한 장면처럼 선혈이 낭자할 듯한 경기 내용이다. 하지만 헤드기어를 벗은 선수들은 상처 하나 없는 깨끗한 얼굴로 웃으며 악수와 포옹을 나누고 경기장 밖에서 예의를 갖춘 후 퇴장한다.

이는 일명 ‘착의총합격투기(옷을 입고 하는 MMA)’ ‘21세기형 총합무도’ 등으로 불리는 대도숙 공도(大道塾 空道ㆍ다이도주쿠 쿠도ㆍ이하 공도)의 전형적인 경기 양상이다. 공수도복과 유도복의 장점을 취합한 공도 도복은 타격기와 유술기에 모두 적합하고, NHG KU(이하 ‘쿠’)라는 이름의 특수 헤드기어는 인체공학적 디자인에 방탄 소재로 만든 안면 커버를 장착해 주먹과 발은 물론 팔꿈치, 박치기 등의 직접 타격을 모두 허용함에도 얼굴을 안전하게 보호한다. 따라서 다른 격투기에서 글러브를 착용하고 기술을 금지하고서도 빈번히 발생하는 코뼈나 안와골 골절, 치아 부상 등으로부터 안전하다.

또 공도에서는 맨손에 가까운 상태로 경기를 진행하는데, 이런 요소들로 인해 글러브 때문에 제한받았던 섬세한 손 기술, 특히 도복 활용 기술이 발달되어 있는 것이 공도의 특징이다. 자신이나 상대의 옷을 잡고 타격을 하거나 중심을 허물고 상대를 쓰러트리는 공도 선수들의 파이팅 스타일은 마치 요즘 유행하는 액션 영화 속 기술처럼 화려하지만, 자켓 등 늘 옷을 입고 있는 현대인의 생활상에 비춰 봤을 때 보다 현실적이고 실전적인 호신술로도 유용하다.


태클이 주요 테이크다운 기술이 되는 MMA와는 달리, 도복을 입으므로 유도나 삼보에서 볼 수 있는 호쾌한 메치기가 더 많이 쓰이는 것도 공도의 특징이다. 그래서 그라운드 공방의 진행도 지루한 가드 게임보다는 곧장 사이드나 마운트 포지션, 백 포지션에서 빠르게 승부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단, 그라운드 상황에서는 하위 포지션에 있는 선수의 목 이상 부위에 직접 타격은 할 수 없고 (대신 상대를 제압한 상태에서 타격 모션을 취하는 것으로 ‘효과’ 포인트를 준다.) 몸통에도 수직 방향의 타격은 금지되어 있어 뇌나 경추, 척추 등에 발생할 수 있는 부상을 예방하고 있다.

더불어 공도 경기의 또 하나의 특징은 프로 격투기와 달리 태권도나 유도처럼 포인트를 획득하는 순간 즉시 주부심의 다수결에 의해 포인트 선언이 된다는 점이다. 포인트는 유도와 같이 효과-유효-절반-한판 순으로 나뉜다. 때문에 공도 경기를 처음 보는 사람도 금세 경기 방식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다.

이처럼 실전성과 안전성을 모두 담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는 경기 방식은 아즈마 타카시 대도숙 숙장이 처음부터 공도를 올림픽 종목화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추구해온 것으로, 실제로 2013년에 ‘제2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월드게임즈 시범 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올림픽 진입을 위한 과정을 착실히 밟아 나가고 있다.

이달 26일과 27일에 열리는 제2회 공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오는 11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아시아 6개국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으로 한국 격투기 팬들에게 공도의 진수를 선보일 예정이다. 대회 장소는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스포츠센터 대체육관이며, 입장료는 무료다. 

yjc@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