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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격 거물들이 종합격투기로 향하는 까닭은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내로라 하는 헤비급 입식격투기 파이터들이 종합격투기 무대에 앞다퉈 출전한다.

서서만 싸우는 입식격투기와 그라운드가 허용되는 종합격투기는 완전히 다른 분야다. 때문에 한 분야에서 이미 성적과 인지도를 쌓은 스타가 굳이 타 분야로 뛰어드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더욱이 흥행성 있는 헤비급에선 더욱 그랬다. 그러나 지금 이런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리스크를 떠안고 오픈핑거글러브를 끼는 입식 베이스 헤비급 선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오는 8월17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종합격투기대회 ‘로드FC 017’에는 2명의 입식격투기 거물이 등장한다. 일본 신니혼킥복싱협회 헤비급 랭킹 1위 출신 유양래(33ㆍ팀포마)와 대한무에타이연맹 헤비급 챔프 출신 김내철(29ㆍ팀파시)이다. 입식격투기에서 맞대결해본 적이 없는 이들은 종합 무대에서 운명의 첫 만남을 갖게 됐다.

33세의 유양래, 29세의 김내철과 명현만(이상 왼쪽부터)이 주종목이던 입식격투기가 아닌 종합격투기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셋 모두 챔피언 클래스의 헤비급 톱파이터 출신이다. 특히 명현만은 국내 격투기 사상 최강의 헤비급 입식타격기 파이터로 평가된다.

유양래는 이번이 종합격투기 데뷔전이다. 입식격투기에서는 10년 가까이 정상권을 유지하던 선수다. K-1 출전은 이면주에 비해 한참 늦게 실현됐었지만 실력 면에서 더 낫다는 평가였다.

유양래는 이번 데뷔전 성적 여하에 따라 종합격투기로 완전 전향할 지, 입식격투기와 겸업을 할지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출전했던 5월 대한킥복싱협회 입식격투기 랭킹전에서는 KO승을 거두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그와 맞서는 김내철 역시 친정은 입식격투기다. 지난 2011년 말 일찌감치 종합격투기로 전향했으니 종합격투기 무대에선 유양래보다 선배다. 이번이 7전째(현 3승3패)다. 입식격투기 시절인 지난 2005년 약관의 나이로 당시 돌주먹을 자랑하던 프로복서 출신 서철에게 역전 KO승을 거두는 등 두각을 나타내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현역 입식격투기 헤비급 절대강자이자 역대 헤비급 선수중에서도 최강자로 평가받는 명현만(29ㆍ엠피트니스/대한킥복싱협회)도 조만간 개최될 예정인 종합격투기 대회의 출전을 앞두고 있다. 지난 해 종합격투기 데뷔전에서 역전 KO승을 거두며 연착륙했다. 다만 명현만은 완전 전향은 아니다. 여전히 입식격투기를 주전장으로 하되, 종합격투기를 간간히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왜 본업인 입식격투기 무대가 아닌 종합격투기 무대를 노크하고 있는 것일까. 더욱이 자칫 망신을 당할 수 있다는 리스크가 엄존하는데도 말이다.

우선 종합격투기 대세론을 들 수 있다. 명현만은 “입식격투기에서 대형 무대를 경험한 선수들로서는 요즘 나설 대회가 드물다”며 “더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길을 모색하거나 진로를 다변화 한다는 측면에서 입식ㆍ종합의 겸업이나 종합으로 완전전향을 고려하는 선수들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환경 하에 입식격투기 선수들의 의식이 바뀐 것도 영향을 미친 듯 하다. 과거엔 타 종목에 나갔다가 지면 망신이란 인식이 강해 대전료를 더 많이 불러도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근래에는 ‘주종목이 아닌 종목에서는 져도 망신이 아니다. 오히려 모티베이션이 될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인식을 전환한 선수들이 생겼다. 입식격투기에서 활약하다 복싱으로 전향한 뒤 최근에는 종합격투기에 투신한 ‘앙팡테리블’ 김판수도 이런 사례로 볼 수 있다.

반면 ‘TV에 많이 나오지 않아 생기는 일종의 착시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입식격투기 출신으로 지난 2003년 무렵부터 입식격투기와 종합격투기를 겸업하며 당시로서는 전례를 찾기 힘든 행보를 이어오고 있는 곽윤섭(38ㆍ대구청호관/곽윤섭이종격투기 관장)은 “입식격투기를 상징하던 K-1 대회가 방송을 타지 않다보니 외견상 그렇게 보일 수 있지만 실은 국내에서 여전히 입식격투기 대회가 훨씬 많고 선수 자원도 훨씬 두텁다”고 말했다.

곽 관장은 “국내 입식격투기 대회가 방송을 타고 K-1이나 글로리 등 해외 입식격투기 대회도 중계된다면 팬들의 시각이나 선수들의 판단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르코 크로캅, 마크 헌트 등 전성기를 지난 뒤 주종목을 바꿔 도전하고 있는 해외 유명 베테랑 파이터들이 국내 선수들에게 모종의 영향을 준 것은 아닐까 하는 추측도 나올 만 하다. 유양래는 서른을 훌쩍 넘겼고, 김내철과 명현만도 우리나이로는 이미 서른살이다. 유양래의 경우는 전성기 때에 비하면 확실히 체력이 떨어졌다. 더 늦기 전에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격투기 전문가 김기태 씨는 “마크 헌트는 종합격투기 전향 뒤 여전히 도전하고 진화하며 멋진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비록 입식격투기 시절의 위상은 아니지만 여전히 팬들에게 사랑받는다는 점에서 노장 파이터로서는 후배 파이터들에게 큰 귀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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