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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 김종식> ‘민심의 가교’ 역할할 ‘민정처(民情處)’ 설치를…
김종식(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역대 대통령 대부분이 생동감 있는 민심을 보고, 듣기 위해 비공식 민정시찰이나 사석을 많이 활용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박정희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은 평소 각계 전문가나 원로는 물론 눈물겹게 살아가는 어려운 가장(家長)을 초청하거나 찾아가 설농탕이나 막걸리로 격식없는 대화를 나누며 세상 형편을 직감하는 일을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실천해 왔다. 그야말로 민심과 소통해 보려는 간절함과 유연함의 발로였으며 통치가 아닌 정치를 엿볼수 있는 신선함에 많은 국민들은 공감을 보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민심과의 소통이 부족한 정부라는 지적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세월호 참사와 일련의 인사 난맥 등 전대미문의 국정혼란을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에게 박 대통령은 간곡한 호소나 설명도, 진솔한 사과나 해명도 시의적절하지 못했거나 비켜갔다. 민심 따로 국정 따로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청와대의 민정기능이 제구실을 못한 까닭인지, 측근이 제언할 능력이 없어 입을 닫고 있었기 때문인지, 대통령이 민심을 잘못 읽은 것인지 국민들은 알 길이 없고 그래서 더 답답하고 걱정스럽다.

최근 여당의 어느 당권 주자는 “대통령의 밝은 눈과 큰 귀가 되어 가감없이 민심을 전하겠다”고 결의를 다지고 있는 한편 여당의 어느 핵심 당직자는 “당과 정부가 민심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해 민심으로 부터 멀어지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또 어느 여권 중진은 “스스로 할말 못하고 눈치만 보는 마마보이 정당에서 벗어나자”고 자성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한 방송 논객은 “대통령의 측근들이 민심으로 대통령을 움직여 볼 생각은 않고, 대통령의 뜻대로 민심을 이루어 보려한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게다가 어느 학자는 “민심과 거리가 먼 인사의 협소성과 폐쇄성을 볼때 이제 이 정부로서는 개혁을 할수 없는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는 지적까지 내놓고있다. 이같은 말들은 박근혜정부 출범후 당ㆍ정ㆍ청 모두가 대통령에게 민심을 정확히 전달치 않았거나 소홀히 했을 개연성과 한때나마 대통령은 민심과 동떨어진 채 중요 정책결정에 홀로 고심했을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들이다.

지금 우리는 국민 대통합이라는 숙제 외에 적폐 해소를 위한 국가 대개조라는 과제를 함께 이루어야하는 중차대한 시점에 서 있다. 이런 과업은 민심을 얻지 않고서는 누구도 이룰 수 없는 난제다. 작금과 같은 부실한 민정기능과 민심경시 풍조로는 혼란만 가중될 뿐 한 발짝의 진전도 기대할 수 없을 것임이 불 보듯 뻔하다. 굴절없는 민심을 수집하기 위해 사립탐정까지 활용한 선진외국의 간절하고 유연했던 사례가 오늘날 새삼 회자되고 있는 이유를 우리 모두는 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를 놓고 볼때 현재 청와대와 정부의 민정기능은 어쩐지 그 틀과 역할이 작고 고루해 보인다. 또한 당ㆍ정이 앞으로는 민심을 정확히 진언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지만 이것 역시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언제든지 구호에 그칠 소지를 안고 있다. 차제에 총리 직속으로 보다 개방되고 쇄신된 범정부적 민정 전담기구(민정처 또는 민정실)를 설치해 대통령에게 민심을 간단없이 직보 함은 물론 각부처에도 관련 민심을 효율적으로 통보ㆍ전파하는 ‘민심의 가교’ 역할을 맡겨 보면 어떨까 제안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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