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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AI · 두산인프라 - 러 社와 저작권소송...러 법원“근거부족 처음부터 다시 재판”
527억원 지급 부담 덜어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두산인프라코어가 러시아 엔지니어링 업체에 억울하게 지급할뻔한 527억원을 아끼게 됐다. 러시아 엔지니어링 업체인 PKBM이 두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침해소송에 대해 러시아 법원이 “침해 근거가 부족하다”며 “처음부터 다시 재판하라”고 파기환송 조치를 했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올 해 초 2심 판결에서 저작권 침해가 인정돼 러시아 법원으로부터 527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9일 KAI와 두산인프라코어에 따르면 러시아 모스크바 지적재산권법원은 지난달 30일 열린 상고심에서 “소프트웨어의 독점적인 저작권이 원고(PKBM)에 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1, 2심 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사건의 새로운 심리를 위해 모스크바 중재법원(1심)으로 환송한다”고 판결했다.

소송의 시작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PKBM은 두산인프라코어의 전신인 대우중공업과 1990년대 초 공동으로 훈련기 시뮬레이터 개발에 착수했는데, 1999년 대우그룹 해체로 대우중공업의 항공 사업 부문을 넘겨 받은 KAI가 한국 공군에 납품한 항공기 비행 시뮬레이터에 자사 기술이 적용됐다며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대우중공업의 중장비 부문을 인수한 두산인프라코어에도 책임을 물었다.

지난해 10월 1심 법원은 저작권 침해가 인정된다며 KAI에만 527억원의 저작권 침해료를 부과했다. 하지만 KAI의 항소로 진행된 2심에서 제9항소법원은 저작권 침해료를 KAI와 두산인프라코어가 함께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KAI는 지난 4월 “항소심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상고를 제기했고 모스크바 지적재산권법원은 1,2심 판결을 뒤엎고 “PKBM에 독점적 저작권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이들이 주장하는 손해액도 타당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일단 수백억원에 달하는 저작권 침해료 부담을 덜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큰 의미가 있다. 1,2심의 저작권 침해료는 KAI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287억원)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아직 재판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자국 회사 편들기’ 경향이 강했던 러시아 법원이 최종심에서 PKBM의 주장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1심 재판부의 태도도 이전과는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KAI관계자는 “우리도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원고 측이 승소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었지만 1,2심에서 연달아 패소하면서 불안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PKBM 측의 추후 행보에 따라 우리도 대응 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도 “일단 우리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고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o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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