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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雜鬪雜說] 송가연 드디어 데뷔전, 관건은 진정성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데뷔도 하지 않았는데 이토록 유명세를 탄 격투기 선수는 그가 유일하다. 이제야 비로소 데뷔전이다.

‘미녀 파이터’란 별명으로 잘 알려진 송가연(20ㆍ팀원)이 내달 17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로드FC 017’ 대회에서 첫 경기를 치른다. 스파링과 같은 비공식 아마추어 전적은 몇 차례 있다고 하지만 정식 경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송가연은 데뷔전을 치르지 않은 여느 일반 파이터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호응과 혜택을 받으며 이 자리에 섰다. 각종 지상파 버라이어티쇼에 단골 출연할 수 있었던 건 아직 보여주지도 않은 실력 덕이 아니라 ‘연예인급 미모’ 덕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솔직히 본업이 격투기 선수인지, 연예인인지 본인도 헷갈릴 것 같다. 

미녀 파이터’ 송가연(왼쪽)이 격투기 스승 서두언과 함께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가연은 내달 17일 데뷔전을 치른다.

송가연의 이런 행보를 탓할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격투기는 비주류다. 더욱이 여자 선수들이 뛸 수 있는 기회는 더욱 드물다. 대회 단체에서 작정하고 경기를 주선하지 않는 한 1년에 한번 나갈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이러니 전업선수가 전무한 게 당연하다. 송가연이 파이터가 아닌 연예인으로 활동해온 데 대해 비난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격투기’란 ‘출신성분’을 들고 나와 주목을 받은 만큼 실제 격투기 대회에서도 그에 걸맞은 활약을 보인다면 바람직할 것이다. ‘도대체 그가 치렀다는 아마추어 경기 5전의 실체가 있긴 있느냐’ ‘데뷔도 하기 전에 가욋일만 찾아다니느냐’는 일각의 의혹과 비난을 잠재우고 떳떳이 선수란 명함을 들이밀 수가 있게 된다. 이후 연예활동에도 도움이 된다.

대회 단체 측 발표에 따르면 그의 데뷔전 상대는 그와 전적과 조건이 비슷한 일본선수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즉, 상대 선수도 갓 데뷔전을 치르는 초짜라는 뜻이다. 대회 단체가 모처럼 만들어낸 인기 선수에게 혹독한 시련을 주기보다는 비교적 해 볼 만 한 경기를 주선해 준 것이다.

송가연은 단단히 각오하고 있는 모양이다. 지난 7일 자신이 훈련하고 있는 서울 청담동 서두원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는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며 “열심히 준비해서 화끈한 경기 펼치겠다”고 밝혔다. 대회 계체까지 계약 체중 48㎏에 맞추려면 한달 만에 현재 체중인 56㎏에서 무려 8㎏이나 감량해야 한다.

사실 그를 선수로 믿어준 팬들의 판단 요소는 그의 얼굴이 아닌 몸에 있었다. 엄청난 굵기의 허벅지, 떡 벌어진 어깨, 그리고 탄탄한 근육이 예쁘기만 한 그의 작은 얼굴과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선수의 몸이다. 그가 선수의 길이 아닌 연예인의 길만 염두에 뒀다면 몸을 그렇게 가꾸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상적으로 경기를 준비했다는 가정 하에, 대회 당일 그의 몸은 한층 더 격투기 선수다운 몸이 돼 있을 터다. 수분 한방울, 기름 한방울까지 태워내 경악할 정도의 데피니션이 온몸에 장식돼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소 엉성해 보일지언정 투지만점의 한방한방을 상대에게 날릴 것이다. 상대가 날려대는 펀치는 눈을 부릅뜨고 받아들일 것이다.

이런 장면이 실현되면 승패와 무관하게 격투기 선수 송가연의 파이터 인생은 비로소 첫 발을 내딛게 된다. 진정성은 보여지는 게 아니라 느껴지는 것이다.


yjc@heral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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