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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 김영상> 시진핑의 포석과 이창호
[헤럴드경제=김영상 사회부장]지난 5월4일, 중국 엘리트의 산실 베이징대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나타났다. 취임후 첫 방문이었다. 중국 현대사에 한 획을 그은 5ㆍ4 운동 기념일에 맞춘 방문이었다. 시 주석은 학생들의 시낭송회를 참관하고 교수들과의 좌담회를 하면서 자신의 지론인 ‘중화민족의 부흥과 꿈’을 강조했다.

재미있는 일은 그날 일정 중 발생했다. 베이징대 학생 가운데 바둑 고수가 나와 그 앞에서 직접 바둑을 두는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학생은 시종일관 밀어부치는 공세적인 포석을 펼쳤다. 흥미롭게 대국을 구경하던 시 주석은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바둑 두는 모습을 중국 외교관리들에게 좀 보도록 했으면 좋겠다.”

작게는 4강외교, 크게는 글로벌외교를 겨냥한 중국의 미래를 공격적인 반상(盤上ㆍ바둑판 위) 스타일과 연계한 것으로, 관리들에게 ‘보다 공세적이고 큰 그림’의 외교를 주문한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시진핑은 이렇듯 바둑 마니아로, 세상의 이치를 담고 있다는 바둑과 그것으로부터의 영감을 정치에 접목하는 ‘반상정치가’다. 


지난 3일 청와대 국빈만찬을 보면 그의 ‘바둑정치’ 행간이 읽혀진다. 만찬에는 ‘돌부처’ 이창호(국수)가 초청됐다. 이 국수는 중국에서 인기가 높으며, 시 주석 역시 이 국수의 팬이다. 이에 청와대에선 특별히 이 국수와의 자연스런 만남을 주선한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시 주석은 이 국수를 보자 화색이 크게 돌았고, 악수를 할때 손을 크게 흔들었다고 한다. 프로바둑 기사가 국빈 만찬에 초청된 것은 처음이다. 이는 화답의 의미도 있다. 지난해 6월 박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 주석은 환영 만찬에 창하오 9단을 초청해 박 대통령에게 소개한 적이 있다.

시 주석의 바둑 실력은 베일에 쌓여 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1979년 백부라고 부르던 겅뱌오 당시 중앙군사위원회 비서장의 비서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무렵 바둑을 배웠다. 겅 비서장은 바둑으로 세상을 보는 눈을 단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 바둑을 권했다고 한다. 시 주석도 훗날 “겅뱌오의 비서로 지내던 3년동안 같이 바둑을 두며 나라를 다스리는 도리를 배웠다”고 회고했다. 둘의 대국을 자주 지켜본 녜웨이핑 9단은 “내가 보기에 (시 주석의 바둑실력은)수준이 낮았지만, 대국은 항상 격렬하고 사나웠다”고 했다.

시 주석은 이창호와 많은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확실한 것은 그러면서도 한쪽 시선은 ‘반상정치‘에 가 있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한ㆍ중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자기만의 포석’을 드러냈다. 따뜻한 손을 내밀었고,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구상에 동의를 하면서 힘도 실어줬다. 우리 고위 관료는 물론 국회, 기업인과 스킨십을 하며 실리외교를 챙겨갔다.

시 주석의 방한은 인상적이었지만, 그렇다고 순진하게 모든 것을 믿어선 안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립 서비스는 구별해야 한다.

시 주석은 분명히 ‘포석’을 깔았다. 그것이 공격포석인지, 수비포석인지, 인내포석인지 꼼꼼히 분석해 이득을 취하는 것이 우리 외교의 정답일 것이다. 고수는 하나를 주되, 둘 이상을 얻는 바둑을 추구한다. ‘시진핑 바둑’을 해부하고 우리만의 포석과 전략을 도출해야 한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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